[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부동산 투자와 문화적 편향성

입력 2018-05-17 17:13   수정 2018-05-18 07:13

최근 북한 인접 지역의 땅값이 꿈틀거린다고 한다. 남북한 해빙 무드가 급진전되고 있어서인 것 같다. 남북한 해빙 무드에서 땅 투자로 생각을 발전시키는 사람들이 대단한 것 같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에 남다른 의미와 애착을 보이는 것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 재테크 수단인 ‘주식’과 ‘부동산’을 바라보는 감성은 전혀 다르다. 주식 투자에 비해 부동산 투자는 일반인들에게 ‘로망’이다.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한 사람에게도 “내 집 장만의 꿈을 실현했다”며 부러워하며 덕담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은퇴한 사람이 퇴직금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고 하면 다들 걱정하지만, 은행 대출금을 더해 집을 장만했다고 하면 “집이라도 있어 든든하겠다”고 격려한다. 신입사원이 재테크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고 하면 다들 걱정하는 눈치지만 청약통장을 개설했다고 하면 성실한 친구로 여긴다. 이런 인식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외 모두 비슷하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이런 편향성은 수익률 차이에 기인한 것일까. 미국 하버드대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교수는 1987년부터 2007년까지 20년간 10만달러를 미국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투자했을 때 어떤 수익률 차이를 보이는지 비교 분석했다. 부동산은 해당 기간에 대략 2.5~3배 상승한 데 비해 주식은 S&P500 주가지수를 기준으로 5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국의 집값은 4배 정도 올랐지만, 주식은 FTSE 지수를 기준으로 7배 정도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으로도 부동산 못잖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지만 대개는 부동산 투자에 더 많은 애착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는 문화적 편향성에 기인한다. 부동산은 단순히 재산 축적을 위한 투자 대상을 넘어 심리적 안식처이자 사회적 신분의 상징물로 여겨진다. 사실 누구나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대부분 문화권에서 토지는 왕이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왕에게 토지 사용권이나 소유권을 허락받아야만 했다. 어쩌다 한 번 토지를 소유하게 된 귀족은 해당 토지를 자손에게 물려줌으로써 토지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경제적 혜택을 특권화했다. 또 많은 국가에서 토지 소유권 자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어 매매를 어렵게 하거나 귀족이 소유한 토지의 매매를 억제해왔다.

토지 소유로 인한 혜택은 경제적인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미권 국가는 토지를 소유한 사람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소작농에게 지주계층과 동일한 형태의 선거권을 준 것은 19세기 말에 이르러서다. 이상과 같은 역사적 배경이 부동산 투자를 단순한 재산 증식 이상의 의미를 갖도록 만든 것이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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