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남 검사장이 문무일 총장에 각 세운 까닭

입력 2018-05-17 17:23   수정 2018-05-18 05:13

회고록 관련 전두환 기소 놓고
총장의 수사지휘로 '앙금' 남아
18일 자문단 회의… '갈등' 분수령



[ 고윤상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와 관련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의 폭로를 놓고 양부남 지검장과 문 총장의 관계가 묘한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 내 고위간부인 검사장이 총장의 수사 지휘를 문제 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 지검장이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의 ‘외압’ 주장을 지원하며 문 총장과 대립각을 세운 데는 ‘전두환 회고록’ 관련 수사지휘가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문 총장은 광주지검 형사1부에서 수사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 사건을 놓고 수사가 부실하다며 수사 지휘에 나섰다.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부정해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당시 군의 헬기 기총소사 사실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하고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해 조 신부와 5·18 희생자,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하지만 당시 수사 자료로는 헬기 기총을 증명할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는 게 대검의 문제 제기였다.

이 과정에서 당시 수사검사는 물론이고 양 지검장까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검은 여러 달의 추가 조사 끝에 지난 3일 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문 총장으로서는 증거를 더 보강하라는 취지로 수사 지휘를 한 것이지만 양 지검장으로서는 필요 이상의 정치적 판단이자 수사 지휘라고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 고위간부를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할 전문자문단 구성 과정에서도 수사단장을 맡은 양 지검장은 대검과 상당한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현직 검사는 “외부적으로는 안 검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양 지검장과 문 총장의 ‘파워게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8일 열리는 전문자문단 심의 결과에 따라 이번 수사개입 의혹과 ‘문-양 갈등’도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문자문단은 안 검사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할지 결정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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