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현자'가 회식하면 생기는 일

입력 2018-05-18 17:04  



(김은정 경제부 기자) 임지원 전 JP모간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의 합류로 새로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됐습니다. 금통위원들은 ‘7인의 현자’로 불립니다. 거시정책의 한 축인 통화정책을 결정하면서 대한민국 돈의 질서를 결정하게 됩니다.

금통위는 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당연직인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하면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은행연합회장이 1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습니다. 경제계 최고 명예직인 금통위원들이 모이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회식 자리는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지난 11일 퇴임한 함준호 전 위원을 빼면 현재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위원은 모두 같은 시기에 취임했습니다. 아무래도 유대감이나 친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는데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업무 외에 사적으로도 꽤 사이가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6년 새 금통위 진용이 짜여졌을 때 한은 안팎에선 과거에 비해 정책이나 연구 경험이 많은 ‘실무형 금통위원’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논쟁과 토론이 유난히 많다고 합니다.

금통위원 중에 주량이 아주 세거나 술을 즐기는 구성원이 없어 주로 ‘건강식’ ‘맛집’ 위주로 회식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 구성원이 남성인데도 한 번 자리에 앉았다 하면 몇 시간씩 대화가 이어지기 일쑤라고 하네요. 금통위원들은 종종 지방 출장을 함께 합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산업 현장 시찰이 정확할 겁니다.

집무실에서 보고 받는 각종 통계 자료만으로는 지역의 경제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서입니다. 지역본부를 방문하고 대표적인 지역 공장을 살펴본 뒤 각종 수치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실제 지역 경제 동향을 살펴보는 것이죠. 이렇게 산업 현장 시찰을 가게 되면 아무래도 함께 하는 식사자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 때도 금통위원들의 ‘토론 본능’이 여지없이 드러난다고 합니다.

해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 이론이나 주장에서부터 국내 경제 지표를 해석하는 시각까지 주제는 다양하다네요. 같은 맥락에서 금리 결정 금통위 직전 열리는 사전 회의에서도 금통위원들은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끝장 토론’을 종종 한다고 합니다. 함 전 위원을 대신한 임 위원의 합류로 이런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 지는 지켜봐야 겠지만요.

이처럼 학구열과 논쟁 의식이 강한 금통위원들로 인해 한은 임직원들이 남몰래 고생을 하기도 한다네요. 다양한 자료 요청과 통계 수치 확보 등의 주문이 과거에 비해 확실히 많아진 까닭입니다. 그래서 업무 외적으로는 임직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세심하게 노력을 기울인다고 합니다.

실례로 한 금통위원은 최근 자녀 혼사를 치렀는데, 축의금을 받기는 커녕 한은 임직원들에게 조차 혼사를 알리지 않고 ‘작은 결혼식’으로 진행했다고 합니다. 한은 임직원들에게 괜한 부담이 될까봐 선택한 결정이라고 하네요.

좀 다른 얘기지만 시장에선 금통위원들을 흔히 ‘매파’ 혹은 ‘비둘기파’로 분류합니다.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매파는 통화 긴축적이고, 비둘기파는 완화적입니다. 흔히 매파는 물가 안정을, 비둘기파는 성장률을 중시한다고 알려져 있죠.

함 전 위원은 기자들에게 퇴임 소감을 전하는 자리에서 “이제 조류에서 인간으로 돌아갑니다”라고 말해 큰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금통위원들은 대외적인 의견 공표를 사실 잘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금리 결정 금통위가 끝난 후 2주 정도 있으면 의사록이 공개되기 때문에 이 의사록을 보면서 ‘금통위원들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한국 경제 전망과 현재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추정해보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물론 의사록은 익명으로 나옵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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