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창재/하헌형 기자 ] 국민연금이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분할 및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안건에 대한 찬반 결정을 민간인으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운명이 주로 교수들로 구성된 8명의 전문위원 손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지분 9.8%를 보유한 2대 주주여서 안건 통과의 키를 쥐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8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의 분할·합병 안건을 의결권 전문위에 부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인식 기금운용본부장 직무대행(해외증권실장)을 비롯한 8명의 실장과 3명의 팀장이 참석했다. 국민연금 의결권은 기금운용본부가 투자위원회를 열어 행사하지만,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의결권 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현안이어서 전문위 부의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현대모비스의 국내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계열사들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23.3%를 사들여 순환출자 구소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한 안”이라며 반기를 든 데 이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고해 주총 통과가 불투명하다.
현대모비스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0.17%이며, 외국인 지분율이 약 49%에 달한다. 9.8%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었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속속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찬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키움자산운용은 이날 “지배구조 개편안이 장기적 측면에서 현대모비스의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17일 찬성 입장을 내놓은 트러스톤자산운용에 이어 두 번째다. 키움자산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0.14%, 0.09% 보유하고 있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합병이 이뤄지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배당성향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찬성 이유를 설명했다.
유창재/하헌형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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