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일본에서 이름을 바꾸는 회사가 늘고 있다는데

입력 2018-05-20 11:36   수정 2018-05-20 11:57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타계했다는 소식입니다. 구 회장이 생전에 일군 업적이 적지 않겠습니다만 1995년 ‘럭키금성’ 그룹에서 ‘LG’로 사명을 바꾸는 작업을 주도했던 점은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성과였다고 생각합니다. LG로의 사명 변경으로 LG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얼굴인 사명을 바꾸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고, 쉽지 않으며, 의미가 큰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사명을 변경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기업들간 혹은 외국기업의 인수합병(M&A)이 늘어났고 일본 기업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척된 영향이라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신문 자체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 지난해 일본에서 237개 주요 회사가 사명을 변경했다고 합니다.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는 1990년 이후 최대치라고 합니다. 올 들어서도 이미 49개 회사가 사명 변경을 발표하는 등 일본에서 사명변경이 활발해졌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M&A가 활발해지고, 일본기업의 글로벌화가 진척된 영향이라는 분석입니다.

최근 사명 변경 결정으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입니다. 한 때 조강 생산량 세계 2위의 대형 제철소였던 신일철주금은 내년 4월부터 사명을 ‘일본제철’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현재의 신일철주금이라는 사명은 2012년 10월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이 합병해 출범하면서 만들어진 기업입니다만, 새로운 사명으로 스미토모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습니다.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이라는 사명을 69년 만에 다시 쓰게 된 것입니다. 영문 사명도 ‘닛폰 스틸(NIPPON STEEL)’로 정했습니다. 해외에 고부가 가치의 ‘메이드 인 재팬’의 이미지를 더 분명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도쿄TY파이낸셜그룹도 이달에 신은행도쿄 등 산하 3개 은행이 합병하며 도쿄키라보시(기라성)파이낸셜그룹으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행원들에게 사명을 공모해 ‘고객에게 친밀감을 주는’이름을 선택했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도쿄UFJ은행도 미쓰비시UFJ은행으로 이름을 단순화했습니다. 과거 수차례 인수합병의 결과로 남아있던 도쿄은행의 흔적이 사라진 것입니다. 명칭 교환에 따른 간판교체 등 적잖은 비용이 들지만 행명 단순화에 따른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입니다. 헷갈리던 영문명도 ‘MUFG’로 일원화하기로 했습니다.

글로벌화의 영향도 짙게 보입니다. 도요고무공업은 도요타이어로 이름을 바꿨고, 아사히글래스(旭硝子)는 올 7월 AGC로 사명을 변경할 예정입니다. 글로벌화로 일본 내에서 외래어 표기에 사용되는 가타카나로 적인 사명을 영문 알파벳으로 바꾸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일본 내에서 가타카나 표기 사명을 사용해 왔지만 사회 내에서 JTB라는 영문명이 훨씬 널리 쓰이는 것을 반영해 영문표기로 사명을 교체했습니다.

이밖에 일본 내에서는 M&A와 기업 구조개편의 활성화로 기존 기업명에 지주회사를 지칭하는 ‘홀딩스’가 추가되는 형태의 사명변경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다른 사람에게 널리 각인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일본의 사명 변경 증가가 어떤 경제적·사회적 파장을 가져 올 지에도 절로 관심이 이어집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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