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물 안 주는 농법으로 생산 줄었지만 풍미 깊어져
[ 안효주/강은구 기자 ] 한국의 와인 대중화 시대를 연 주인공인 칠레 와인 명가 몬테스가 지난 2월 말 누적 판매량 900만 병을 넘어섰다. 수입 와인으로는 처음으로 1000만 병 판매를 앞두고 있다. 한국 진출 20년을 맞아 서울을 찾은 몬테스 공동창업자인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70)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 “20년 전 와인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 진출할 때 가졌던 개척자정신이 몬테스 경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몬테스 회장은 “좋은 포도에서 맛있는 와인이 나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라며 “프리미엄 화이트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칠레 최남단 파타고니아에서 포도 재배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몬테스 회장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비결로 가장 먼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꼽았다. 한국이 가장 많이 찾는 몬테스알파 제품은 4만~6만원 선. 여기에 부드러운 맛으로 한국 음식과도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다. 몬테스 회장은 “몬테스알파는 부드럽고 과일의 신선한 맛이 어우러져 삼겹살과 치킨, 해산물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는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와인 브랜드 몬테스는 국내에서 널리 사랑받아 ‘국민 와인’으로 불리고 있다.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조추첨 행사,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주요 행사에 만찬주로 사용되면서 주목받았다. 2004년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뒤 가격 부담 없이 입문하기 좋은 와인으로 알려지며 인기를 끌었다.
몬테스 회장(사진)에게 한국은 특별한 시장이다. 다른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관심이 없던 1990년대, 그는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시장 잠재력을 발견했다. 1998년 본격적으로 몬테스 알파 라인을 국내에 선보이며 첫발을 디뎠다. 현재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몬테스 와인을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2006년부터 연간 50만 병 이상을 판매하기 시작해 올해 2월 국내 수입 와인 최다 누적판매량 900만 병을 돌파했다.
몬테스 회장은 현지에서 칠레 와인의 고급화에 성공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는 “내수시장에만 집중하던 질 낮은 칠레산 와인도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칠레 와이너리 최초로 비탈진 황무지를 개간해 포도알 사이사이로 햇볕이 골고루 스며들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평지에서만 포도 농사를 짓던 당시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획기적인 시도였다.
9년 전부터는 포도밭에 물을 전혀 주지 않는 ‘드라이파밍’ 농법을 도입했다. 포도 생산량은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풍미는 깊어졌다. 그는 “포도나무의 생존 한계를 시험하면서 물 절약에 동참하는 방법이 됐다”고 설명했다.
몬테스의 도전은 지난 30년간 칠레 와인 시장도 크게 바꿨다. 몬테스 출범 이후 현지에서 생산하는 와인 대부분이 수출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 몬테스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북미 등 110여 개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세계 최남단 와이너리도 새롭게 연다. 남미 대륙 아래쪽의 파타고니아섬에 포도밭을 개간하고 화이트와인용 포도를 길러낸다는 것. 남극 가까이 있는 추운 지역에서 최고의 산도를 품은 화이트와인을 빚어내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몬테스 회장에게 와인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을 묻자 그는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좋은 친구들과 마시는 와인 맛이 최고”라며 “맛난 음식이 함께한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어떤 부담도 느끼지 말고, 격식 차리지 말고, 마음껏 즐기십시오!”
글=안효주/사진=강은구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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