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파열 20代 교통사고 피해자
2심에서 가동연한 60→65세로
배상액 280만원 추가지급 판결
"가동연한 60세는 1990년 기준
고령화 등 사회 변화 반영해야"
보험업계 등 추후 대법 판결 촉각
[ 신연수 기자 ]
사고로 영구적인 후유증을 갖게 된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할 때 만 65세까지 노동력을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종전의 만 60세는 늘어난 수명과 은퇴 연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약 30년 만에 ‘가동연한’이 60세에서 65세로 늘어나게 될지 법조계와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령화 반영, 가동연한 ‘65세’로 인정”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7부(부장판사 김은성)는 교통사고 피해자 한모씨(38·사고 발생 시 만 29세)가 가해자인 버스 운전사 설모씨의 공제사업자인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배상액보다 280여만원을 추가로 인정했다고 22일 밝혔다.
해외에서 커피점을 운영하는 한씨는 2010년 3월 서울 서초구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버스에 받혀 장기 파열 등의 상해를 입었다. 1심 재판부는 한씨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고 위자료를 산정했다.
가동연한은 일을 해서 소득을 발생시킬 수 있는 한계 연령이다. 교통사고를 비롯한 각종 사고로 인해 사망하거나 영구장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198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법원은 지금까지 도시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봐왔다.
하지만 항소심은 가동연한을 65세까지로 확대 인정하고 추가 배상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2010년의 평균수명이 남자 77.2세, 여자 84세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한 1990년 전후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판단했다. 고령화 등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를 법원이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일본은 65세와 67세를 가동연한 원칙으로 두고 있다.
◆하급심 판결 잇따라…대법원 판단 주목
법원은 최근 가동연한을 늘리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2016년 말 수원지법은 교통사고로 오른발을 다친 가사도우미 김모씨(66·사고 발생 시 만 60세)의 보험 소송에서 김씨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봤다. 지난해 68세의 나이로 등산길에서 사망한 택시기사 이모씨 사례에서는 가동연한을 73세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20대 젊은 피해자의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한 첫 사례여서다. 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60세에 가깝거나 60세가 넘은 피해자의 경우 예외적으로 2~3년가량 가동연한을 연장하기도 했지만, 이번엔 29세 피해자에게 65세까지 노동능력을 일반론적으로 인정한 것이라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관심은 대법원의 상고심으로 쏠리고 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마련되는 것이라 이후 하급심 판결과 보험 약관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950~1960년대 대법원이 보는 가동연한은 만 55세였다. 1950년대 평균수명이 남자 51.12세, 여자 53.73세인 점이 반영됐다. 평균수명은 2020년에 81.5세, 2050년에 88.0세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통계청에 따르면 60~64세 경제활동참가율은 62.5%로 15~64세 인구의 69.2%와 별반 차이가 없다. 현재 기초연금 수령은 65세부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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