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단계적 폐기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에 비핵화 방식을 언급하며 "일괄타결(all-in-one)이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렇게 되어야 할까"라고 반문한 뒤 "나는 완전히 확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일괄타결이 훨씬 더 좋겠지만 정확히 그렇게 하기 어려운 물리적 이유가 있다"며 "(비핵화에) 아주 짧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그것은 일괄타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이 같은 언급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과거와 달리 양보의 여지가 있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거부감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지난 몇 달간 북한 비핵화 방식에 대해 암반과 같았던 자신의 태도를 기꺼이 포기할 뜻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짧은 기간'(a very short period of time)'이라는 표현을 동원한 것은 비핵화에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트럼프가 북한 핵프로그램의 규모를 고려할 때 단번에 비핵화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했다고 해석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일방적인 핵포기를 강요하면 북미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는 북한의 발표가 나온 이후 유연성을 내비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는 정책적 변화라기 보다는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방식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단번에 실행에 옮기는 일괄타결 방식을 고수해왔다.
이와 달리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해결' 카드로 맞서왔으며 최근에는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NYT는 북미 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는 데 무게중심을 뒀다. NYT는 "전문가 대부분은 북미 회담이 여전히 열릴 것으로 믿고 있다"며 "두 정상 모두 회담에 많이 투자해 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비핵화 방식에서 유연성을 보이게 된 것은 그가 현실을 인식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요지의 전문가 분석도 전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선임 부소장은 "트럼프는 그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얻어낼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린 부소장은 "이제 양측은 이번 회담이 비핵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할 수 있도록 신뢰할만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북한과 상대할 때 동화같은 결말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