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LCC 진입장벽 높일 이유 없다

입력 2018-05-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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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항공업 진입규제 푼 미국처럼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 편익 높이고
정부는 안전 등 공적역할 충실해야

황용식 < 세종대 교수·경영학 >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잇단 갑질 파문을 계기로 국내 항공운송산업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때마침 공정거래위원회는 우리나라 항공운송산업을 ‘독과점 산업’으로 규정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항공운송업을 ‘과당경쟁 산업’으로 보고 진입 장벽을 높이는 쪽으로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공정위와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독과점 방지’와 과당 경쟁을 명분으로 하는 ‘진입 규제 강화’라는 상반된 입장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항공산업 미래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국내 항공산업 발전은 물론 급증세에 있는 항공 소비자를 위해 어느 쪽이 바람직한지는 자명하다. 미국 사례는 항공운송업에 대한 규제 개혁의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1978년 40여 년간 유지하던 항공산업에 대한 진입 규제를 전면 철폐하고 경쟁체제로 전환했다. 규제 완화 이전 시장이 240배 커지는 동안 5개 항공사만이 독과점 지위를 누렸고, 항공권 가격도 정부 통제하의 고정 가격 체계였다. 그러나 규제 개혁 이후 3년 만에 11개의 신생 항공사가 생겼으며, 5년 만에 항공사 생산성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규제 완화 이전에 비해 항공권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서비스 품질은 더욱 좋아졌다. 경쟁이 낳은 축복이다.

최근 국내 항공업계에도 경쟁 촉진을 위한 바람직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에 면허가 불허된 에어로케이, 플라이강원 두 개 저비용항공사(LCC)가 올해 재도전 의사를 보이고 있으며 중장거리 노선 전문 항공사를 표방하는 프레미아항공이 면허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프레미아항공이 겨냥하는 중장거리 노선은 그동안 LCC가 취항할 수 없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분해온 독과점 시장이라는 점에서 신규 진입의 긍정적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더 넓고 편안한 좌석을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계획이어서 소비자 편익은 물론 공급 부족으로 인해 외국 항공사에 빼앗기고 있는 중장거리 노선 시장을 되찾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기업 규제가 독일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국내총생산(GDP)이 1.7% 증가하고 약 22만1000개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한국경제연구원 분석도 있다. 정권마다 규제 개혁을 다짐하고 있지만 한국의 규제 자유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중 23위에 머물고 있다.

항공운송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첨단 서비스업으로 꼽힌다. 항공기 한 대에 직접 고용만 100여 명에 달한다.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항공운송업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현 정부로서는 항공운송업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규제를 풀어 경쟁을 촉진할 경우 많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내 항공운송업 경쟁력이 높아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산업에 대한 정책 기조를 전환할 때가 됐다.

진입 규제 강화는 기득권 보호장치에 안주하는 ‘온실 속 항공사’만 양산하고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노선 개발, 영업 수지, 인력 확보 같은 기업 고유 영역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항공안전시스템의 고도화, 항공운송업 성장을 위한 인프라 확충 등 공적 역할에 충실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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