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기자 ]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설립 226년 만에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한다. 지난해 1월 나스닥에 여성 수장(아데나 프리드먼)이 취임한 데 이은 것으로, 미국 뉴욕의 주요 거래소 두 곳을 모두 여성이 이끌게 됐다.
NYSE 모기업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는 22일(현지시간) 스테이시 커닝햄 NYSE 최고운영책임자(COO·43·사진)를 새 CEO로 선임했다. 여성이 NYSE 지휘봉을 잡는 것은 1792년 거래소 출범 이후 처음이다. 25일 취임하는 커닝햄 CEO 내정자는 24년 전인 1994년 인턴으로 NYSE에 처음 발을 들였다. 1996년 정식 직원으로 입사한 뒤 트레이더, 호가 책임자 등을 거쳐 2015년부터 COO를 맡아왔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는 나스닥에서 일하기도 했다.
커닝햄 CEO 내정자가 입사할 당시 NYSE의 트레이더 1300여 명 대부분이 남성이었고 여성은 30여 명에 불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시 여성이 조금씩 늘면서 거래소 7층 전화부스 공간을 활용해 여성 화장실을 새로 만들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WSJ는 “커닝햄의 CEO 발탁은 남성 중심 월스트리트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뉴욕시는 지난달 월스트리트 황소상 앞에 임시 설치됐던 ‘두려움 없는 소녀’ 동상을 NYSE 앞으로 영구히 옮기기로 했다.
커닝햄이 풀어야 할 과제는 많다. 주식 전자 거래가 늘고 있는 데다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과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기술기업들이 나스닥에 자리 잡으면서 NYSE의 입지는 계속 좁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탭그룹에 따르면 미국 전체 주식 거래에서 NYSE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40% 수준에서 지난달 22%로 급감했다. 1990년대 NYSE 영업장을 가득 채웠던 중개인은 수백 명으로 줄었고, NYSE는 2013년 ICE에 82억달러에 인수됐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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