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속 수송기로 분류
[ 박재원 기자 ]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우리 취재진이 이용한 항공기는 정부 수송기 ‘VCN-235’(사진) 기종이다. 공군 5호기로 불린다.
1990년 인도네시아에서 도입한 CN-235 수송기 내부에 귀빈용 좌석을 설치, 개조해 만들었다. 주로 정부 주요 인사(VIP)들이 이용한다는 의미에서 CN-235 앞에 영문 알파벳 ‘V’를 붙였다. 과거 대통령 전용기로 쓰였지만 활용도가 낮아 이명박 정부 시절 공무 수행에 나서는 국무총리와 장관들도 탈 수 있도록 개방했다. 관리는 공군이 맡지만, 운용은 정부가 하고 있어 엄밀히 말하면 군 수송기가 아닌 정부 소속 항공기로 분류된다.
좌우 날개에 대형 프로펠러가 달린 VCN-235는 최대 22명이 탑승할 수 있다. 최대 순항 거리는 3500㎞에 달해 동북아 일대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전장 21.4m, 기폭 25.8m, 기고 8.2m로, 최대속도는 시속 509㎞다.
올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은 VCN-235 대신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활용했다. 2호기 기종은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85년 도입한 ‘보잉 737-3Z8’이다. 이 항공기는 2000년 6월 남북한 정상회담과 2003년 1월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가 방북했을 때도 이용됐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활용하는 일명 ‘코드 원(보잉 747-400)’과 달리 기체가 작고 항속 거리가 짧아 사실상 국내용으로만 쓰였다. 탑승 가능 인원도 40여 명에 불과하다.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해 애물단지로 불리지만 북한을 오가는 데는 톡톡한 역할을 해왔다.
민항기가 아닌 정부 소유 항공기로 북한을 오가는 이유는 대북 제재와도 연관이 있다. 미국은 작년 9월 발표한 대북제재 행정명령에서 북한을 경유한 모든 비행기는 180일 동안 미국에 착륙할 수 없도록 했다. 취재·특사단이 민간항공사의 전세기를 이용했다면 해당 항공사의 비행기는 6개월간 미국에 착륙할 수 없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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