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마트에 한국 과자·소주… 'K푸드' 사드 딛고 재도약

입력 2018-05-24 14:48  


"맛도 괜찮고…건강 생각해서 골랐어요."

지난 13일 중국 마트의 음료 코너. 롯데칠성음료에서 나온 쌕쌕 오렌지·포도, 탄산음료 밀키스 등이 눈에 띈다. 매대에 진열돼 있는 한국 과실음료를 집어든 천뤠이 씨(36)는 "조금 비싸긴 하지만 믿고 사는 편"이라며 "주변 지인들도 종종 사 마시곤 한다"고 말했다.

'K 푸드'가 중국에서 재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한국 식품이 통관 거부 위기에 몰리는 등 수출 타격이 불가피했지만, 최근에는 편의점과 마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 베이징 시내에 있는 마트 음료 코너에는 빙그레의 대표상품 바나나 우유, 연세우유 등 한국산 유제품이 한눈에 보였다. 바로 옆 HMR(가정간편식) 코너에는 청정원에서 출시한 진한토마토케찹, 소불고기양념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매장 한복판에는 농심의 새우깡도 있었다.

편의점에서도 한국 식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편의점 진열대에 하이트진로의 칵테일소주 자몽에이슬, 참이슬 후레쉬, 무학의 좋은데이 등 소주가 스타벅스와 코카콜라와 함께 '황금자리'에 자리했다.


지난해 초 'K푸드'는 사드 여파에 통관 거부·지연 등 통관 제재로 입지가 좁았었다. 심지어 마트 진열대에서 퇴출되는 등 한국 제품 불매 운동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작년 3∼4월 중국에서 한국산 식품이 통관 거부된 사례가 95건으로 전년 대비 280% 급증했다. 과자·음료 등이 주요 거부 대상이었다. 주요 식품업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한중 관계 회복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제재가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한국 식품 입점에 대한 거부감은 물론, 불매 운동 분위기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부분 없어졌다. 한국 식품 유입도 다시 예년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중국에 진출한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오리온은 작년 춘제(음력설) 효과 등으로 1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증가했고, 삼양식품 역시 불닭볶음면 판매 호조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농심 역시 사드 여파에서 벗어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해 사드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했지만, 올 들어 매출이 회복세에 들어섰다"며 "최근 자몽 소주 등 과일 소주류가 중국 현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올해는 교민보다 현지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 업체들이 사드 여파에서 벗어나면서 업계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관련 업체의 유의미한 실적 회복이 긍정적이며, 기저효과 및 수출 회복을 통해 올해 음식료 업종 성장이 기대된다"며 "2분기부터 개별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유의미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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