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직급이 같은데 연봉은 왜 차이날까

입력 2018-05-24 17:21  

주요 기업 및 기관의 상반기 채용이 마무리되고 있다. 취업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의 채용시즌 관심도 1위는 단연 ‘급여 수준’이다. “A은행과 B은행은 규모가 비슷한데 왜 차장 연봉이 다른가요?” “C그룹 임원은 D그룹 임원보다 급여가 훨씬 많다고 하네요” 등의 질문이 쏟아진다. 실제 직급마다 월급이 다르고 승진 단계별 월급 인상률 또한 다르다. 규모가 비슷한 회사라도 동일 직급에 지급하는 급여 수준이 다르고 회사 내에서도 동일 직급의 급여가 다른 경우도 많다.

간단한 상황을 가정해 보자. 팀원이 3명인 팀과 30명인 팀 중 어느 쪽이 팀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을까. 당연히 3명인 팀의 팀원이 팀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팀원은 팀장이 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 팀원이 30명이면 팀장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낮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려 들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승진이라는 인센티브는 3명으로 구성된 팀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이 여전히 열심히 일하게 만들려면 추가적인 인센티브 요인이 필요하다. 전형적인 것이 파격적인 급여 인상이다. 비록 30명 중 1명으로 확률은 낮지만 승진과 함께 엄청난 연봉 인상 및 사회적 신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수의 부사장직을 두고 있는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부사장과 최고경영자(CEO) 사이의 연봉 격차가 훨씬 크다. 그것은 부사장들이 CEO로 승진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승진만을 목표로 열심히 근무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CEO로 승진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도 열심히 일하도록 하기 위해 CEO에게 부사장 때와는 다른 엄청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특정 직급 이상으로 승진할 경우 금전적인 인센티브와 함께 비금전적인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별도의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고 취향에 맞춰 사무실 가구 및 집기를 새로 구매해준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차량도 지급한다. 대부분의 회사원은 임원의 연봉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단지 임원 급여가 많을 것이라고 여기는 이유는 위에서 열거한 가시적인 지원 내용 때문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임원에게 제공하는 가시적인 인센티브는 단지 임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본 다른 직원들이 임원 자리를 향해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이직을 꿈꿀 때 특정 회사가 해당 직급에 높은 급여를 주고 있다면 해당 직급으로 올라가기가 그만큼 험난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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