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포토라인' 세우니 속은 시원한데

입력 2018-05-24 17:26   수정 2018-05-25 16:14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


[ 고윤상 기자 ] “비공개로 소환했다가 그 여론의 매를 법무부가 다 맞으란 말인가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4일 공개 소환돼 ‘포토라인’에 섰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에 대해 법무부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그는 2014년 말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경찰 포토라인에 선 지 3년5개월 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조 전 부사장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채 조사대로 들어갔다. ‘여론이 원하니 포토라인에 세울 수밖에 없다’는 게 그를 부른 이민특수조사대 설명이다. 출입국 사무와 관련한 공개 소환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번이 두 번째로 알려진다. 2015년 초 ‘종북콘서트’ 논란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재미동포 신은미 씨가 첫 사례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포토라인은 설치되지 않았다.

포토라인은 알권리를 보장하고, 언론의 취재 편의와 안전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일반적으로 중범죄자에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일 때 설치된다.

순기능이 적지 않지만 역기능도 분명하다. 수사기관이 조사차 불려 나오는 사람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 악용할 때가 많다는 게 정설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 적용을 받아야 할 출석자는 언론 앞에 얼굴을 내놓고 원치 않는 질문도 받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인권침해적이고 여론재판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 전 부사장 사건은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냉정히 볼 때 중형이 언도되는 흉악범은 아니라는 게 법조인들 시각이다. 이런 이유로 조 전 부사장의 죄는 밉지만 굳이 포토라인에 세워야 했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알권리는 ‘브리핑’ 등 다른 방식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 여론의 분노를 이유로 인민재판하듯 몰아세우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사대 관계자는 “불법을 저지른 사람에게 인권은 (무슨)…”이라고 했다. 조 전 부사장뿐만 아니라 한진 일가의 갑질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지며 여론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한진 일가가 잘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인권침해적 수사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인권’을 앞세우고 있다. 그 인권 보호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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