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목 산업부 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타계와 구광모 LG전자 상무로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보락과 깨끗한나라 등의 주가가 상한가를 쳤습니다. 알려져있듯 구 상무와의 개인적 관계 때문입니다. 보락은 구 상무의 장인이 운영하고 있고, 깨끗한나라는 구 상무의 생부(生父)인 구본능 회장이 운영하는 희성전자가 대주주입니다.
특별히 개연성 없는 호재에 엮여 여러 주식이 소위 ‘테마주’를 이루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는 둘째 치고라도 구 상무가 LG그룹의 수장이 됐다고 식품회사인 보락이나 화장지업체인 깨끗한나라가 덕을 볼 만한 건덕지는 찾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LG그룹의 경영승계로 진짜 수혜를 볼 주식은 무엇일까요. 바로 LG그룹의 지주사인 ㈜LG입니다. ㈜LG는 계열사인 LG전자, LG화학 등의 실적에 연동됩니다. 구 상무가 그룹 경영에 성공한다면 당연히 주가가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승계 과정에서 구 상무와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LG의 주가를 올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상속세 부담 때문입니다. 구 상무는 그룹 경영권을 계승하는 과정에서 구본무 회장의 ㈜LG 주식 11.28%를 물려받아야 합니다. 시장가격과 최대주주 상속 할증 요인을 감안한 지분가치는 1조8000억원으로 30억원 이상 상속과 증여세율 50%를 적용하면 상속세는 9000억원에 달합니다. 이 같은 막대한 상속세를 구 상무가 부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상속세 분납을 신청하고 상속 받은 주식을 조금씩 팔아서 내는 것과 보유주식을 바탕으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낸 뒤 대출을 상환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구 상무의 부담이 줄어들려면 ㈜LG의 주가가 올라야 합니다. 우선 상속세는 구 회장의 별세를 기점으로 전후 2개월간의 주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됩니다. 구 상무가 기존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분납한다면 상속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4개월간의 평균 주가보다 매각 시점의 주가가 높을수록 이득을 보게 됩니다. 상속세 기준 주가보다 매각 시점의 주가가 높을수록 구 상무는 더 적은 주식을 팔고도 상속세를 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주당 8만원에 상속세가 결정되고 1년 후 ㈜LG 주가가 16만원이라면, 주식 한 주를 팔아 두 주에 해당하는 상속세를 낼 수 있는 것이죠.
구 상무가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내는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LG 주식 투자자에게는 호재가 됩니다. 구 회장 지분 상속 후 17%가 넘는 ㈜LG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구 상무는 ㈜LG 배당을 통해 대출 상환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해 기준인 주당 1300원의 배당을 기준으로 하면 지분 17%에 대한 배당소득은 393억원입니다. 배당이 100원 늘어날 때마다 구 상무의 배당소득은 30억원씩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배당을 늘릴 명분도 충분합니다. 2011년 40%가 넘었던 ㈜LG의 배당성향은 계속 낮아져 2016년 20.5%, 지난해 9.2%까지 떨어졌습니다. 1조원을 밑돌던 ㈜LG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2조원을 돌파한데 따른 것으로 배당을 2배 늘려야 평년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게 됩니다.
LG그룹 측에서 “새로운 길을 가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계열 분리를 공식화한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의 향후 행보를 감안해서도 ㈜LG의 주가가 올라야 합니다. ㈜LG주식 1331만주(7.72%)를 보유해 2대 주주인 구 부회장은 계열분리 과정에서 이 주식을 매각해 계열분리해 나갈 계열사의 주식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열분리 작업 돌입 시점의 ㈜LG 주가가 높을수록 계열분리할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물론 ㈜LG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계열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태양광 사업 매각 등 수익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끝) /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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