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시진핑 '다롄회동' 후 北태도 강경 돌변

입력 2018-05-25 02:42  

미·북 정상회담 취소까지


[ 김채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가능성은 지난 1월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이 발단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로를 향해 으르렁 거리며 말전쟁을 벌였지만 김정은이 올해 초 신년사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미·북 간 관계도 해빙되는 듯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 과정에서 미·북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북한 특사단과 미국 실무대표단의 물밑 접촉을 통해 미·북 정상회담의 계기가 마련됐다. 이어 3월5일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문 대통령의 특사단이 김정은으로부터 확답을 전해 들은 뒤 9일 다시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5월 중 미·북 정상회담 개최 의향이라는 ‘깜짝’ 뉴스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이 한국 특사단에 단지 핵동결이 아니라 비핵화를 말했다. 또한 북한은 이 기간 동안 어떠한 미사일 실험도 없다”며 “회담이 계획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이 방북한 뒤 김정은 메시지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역사적 이벤트로 주목받았던 미·북 정상회담은 그러나 구체적인 협상 과정에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양측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하면서도 비핵화 방식에 대한 이견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북한이 미·북 회담을 하기로 한 뒤 김정은이 중국을 전격 방문,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면서 미·북 간에도 간극이 생기며 결국 정상회담 취소로 이어졌다.

양측은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물밑 논의를 이어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 방북해 김정은과 직접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대화를 했다. 북한은 지난 10일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세 명을 석방하는 등 미국에 성의 있는 조치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튿날 미·북 회담 개최 장소와 일시를 공개하며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에 화답했다.

북한도 비핵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북한은 지난 4월20일 소집한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무력, 경제 병진 노선 수정 의사를 밝히고, 적극적인 비핵화 협상 의지를 표명하는 등 보다 전향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양측은 비핵화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김정은은 지난 3월 말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해 단계적 동시적 조치를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거듭 주장하며 선비핵화 후 제재 완화 방침을 못 박았다. 특히 최근 미국 내 강경파 인사들이 연일 리비아 모델을 거론한 데 대해 북한 역시 미·북 회담 재고를 시사하며 양측 간 신경전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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