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약자 배려한다고 나설수록 약자는 더 고단해진다"

입력 2018-05-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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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소득’ 내용은 충격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분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추진해 온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오히려 빈부격차를 크게 확대시키고 있음을 보여줬다. 상위 20% 가계의 소득은 1년 전보다 9.3% 늘어난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8% 감소했다. 오른 폭과 내린 폭 모두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다. 또 소득분배의 수준을 보여주는 5분위 배율(상위 20%의 평균소득을 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도 5.95배로 사상 최악이었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임금을 높여 소비를 촉진시킴으로써 성장과 분배문제를 모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등을 추진한 배경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정부는 “저소득층 소득이 줄어든 게 최하위 20%에 속한 70대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 원인을 찾는다. 올초 최저임금이 오른 뒤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을 중심으로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된 게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론은 허구”라고 지적한다.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한계 근로자들을 실업으로 내모는 역효과만 넘쳐난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약자들이 고단해진다”고 꼬집었다. 국내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윤소영 한신대 교수조차도 “소득주도성장론은 기존 성장론과 대비되는 반(反)경제학적 주장이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학적 문맹 또는 사기를 상징한다”고까지 질타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소상공인 적합업종 특별법을 추진하고, ‘협력이익공유제’를 법제화키로 하는 등 ‘소득주도 성장’을 오히려 더 밀어붙일 기세다. 이런 설계주의 정책들이 어떤 결말로 이어졌는지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대기업을 두부시장에서 배제하자 원료를 공급하던 콩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규제한 제과점업계는 외국업체들을 활개치게 해 동네 빵집들을 더 고단하게 했다. 정부의 시장 간섭과 개입을 통한 경쟁 제한은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자원배분도 왜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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