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민 금융부 기자) 지난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3층 통합브리핑실에선 금융위원회의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전략 브리핑’이 열렸습니다. 지금까지 제조업만 이용할 수 있었던 동산담보대출을 모든 업종으로 확대하고, 반제품·완제품·매출채권·지식재산권 등 모든 동산을 담보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동산담보를 활용한 국내은행의 대출을 대폭 늘리겠다는 취지였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출입기자들에게 직접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했는데요. 대개 정부 부처의 브리핑은 딱딱한 형식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날 최 위원장은 달랐습니다. 그는 구한말 ‘당나귀 대출’을 사례로 들며 발표를 시작했죠. 발표자료의 첫 장도 거창한 문구 대신 당나귀 사진을 올려놨습니다. 최 위원장의 ‘당나귀 대출’ 사례 발표 전문을 소개합니다.
“우리나라의 첫 담보대출은 당나귀 대출로 이뤄졌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은행은 옛 조흥은행(신한은행에 합병)의 전신인 한성은행인데요. 1897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돼 대구에서 올라온 상인이 찾아왔습니다. 서울에서 물건을 떼 대구에서 장사를 하고 싶은데 대출을 해 달라는 것이었죠. 상인은 땅문서가 대구에 있어 가져오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은행은 상인이 서울까지 타고 온 당나귀를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 줬습니다. 은행에선 당나귀를 담보로 잡고 병들지 않게 관리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당나귀 먹이를 챙겼다는 얘기가 있네요.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그 대구 상인이 대출을 갚지 못해서 결국 은행 임원들이 당나귀를 공용 승용차처럼 타고 다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동산금융 담보대출 역사가 이처럼 오래됐다는 뜻입니다.”
최 위원장의 당나귀 사례 발표에 브리핑실에선 기자와 공무원들의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다소 딱딱했던 분위기도 최 위원장의 ‘센스 있는’ 발표에 부드러워졌구요.
금융위가 이번에 발표한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입니다. 금융권에선 일부 회의적인 반응도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최 위원장이 ‘당나귀 대출’을 예로 들며 동산금융에 대한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한 건 높이 평가할 수 있을 듯합니다. 금융위의 동산금융 활성화 추진 전략이 이번만큼은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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