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 만에 감산 완화 가능성
[ 이설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다음달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부터 이어져온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합의가 1년6개월 만에 종료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지난 25일(현지시간) 하루 만에 4%나 급락하는 등 국제 유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26일 미국의 이란 제재와 베네수엘라 정정 불안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다음달 (산유국) 장관 회의에서 생산량을 부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22∼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산유국 장관 회의에서 2016년 이뤄진 원유 감산 합의를 재검토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노바크 장관은 “각국의 산유량을 감산 합의의 기준 시점이 된 2016년 10월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 산유국들은 2016년 12월 원유 공급을 제한하기 위해 생산량을 하루 180만 배럴 감축하는 데 합의하고 지난해 1월부터 이를 실행해왔다. 하지만 미국 경제 제재를 받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생산량 감소 우려로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는 장중 한때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는 등 급등세를 보여왔다. 일각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원유 감축량 완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OPEC 회원국 및 비회원 산유국들과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완화 논의가 전해지면서 상승세를 타던 국제 유가는 급락세를 탔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5일 WTI 7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2.83달러(4%) 내렸다. 지난 1일 이후 최저치인 배럴당 67.88달러로 장을 마쳤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7월물 가격도 전일 대비 2.35달러(2.98%) 하락한 배럴당 76.44달러로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OPEC 회원국과 여타 산유국들이 하루 100만 배럴가량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소식통은 100만 배럴을 증산하면 애초 계획의 152%에 달하는 현재의 감산 이행률을 100%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설 기자 solidarit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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