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은 색과 명암을 구분하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눈의 망막에 들어있는 단백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빛을 인식하는 소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김재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장 연구진과 송현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선임연구원, 박태현 서울대 교수 연구진은 빛을 인식하고 색을 구분하는 인공 생체 소재를 개발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사람 눈에 있는 망막에는 원추세포와 간상세포가 있다. 원추세포에서는 광수용체 단백질이 가시광선을 흡수해 빛의 3원색인 빨강, 파랑, 초록을 각각 구분한다. 간상세포에서는 주로 밝고 어두움을 구분해 물체 형상을 인식한다.
연구진은 망막에서 빛을 인지하는 네 가지 광수용체 단백질을 합성한 뒤 얇은 육각형 탄소 덩어리인 그래핀에 결합해 사람의 망막처럼 광학신호를 전기화학적 신호로 바꾸는 방법을 세계 처음으로 알아냈다. 세포로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광수용체를 만들어낸 뒤 이를 그래핀 표면에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이 인공망막 소재는 가시광선 빛에 대해 사람 눈이 반응하는 것과 거의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빛의 3원색인 빨강, 파랑, 초록과 명암을 인지하는 인간 눈 특성과 유사하게 가시광선을 색깔별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망막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료를 돕는데 활용될 수 있다. 과학자들은 각종 사고나 황반변성, 당뇨성 망막증 등의 망막 질환으로 시력을 잃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시력 일부를 회복시켜주는 인공망막을 개발하고 있다.
김재헌 센터장은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생명공학과 광학 분야를 융합해 개발한 기술로 망막질환 치료에 사용될 소재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송현석 선임연구원은 “시각 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인공망막으로 개발될 경우 기존의 다른 인공망막보다도 사람의 망막과 가장 유사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IST 기관고유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연구내용은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시스 머티리얼즈’에 소개됐다.
박근태 기자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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