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빌보드 점령한 방탄소년단… 기업가치 2조원 '껑충'

입력 2018-05-28 17:29  

3집 음반 '빌보드 200' 정상
한국 가수 최초 '쾌거'
스트리밍·다운로드·음반판매 등
매출 벌써 350억원 '훌쩍'
소속사 '빅히트' 상장 추진
기업가치 SM엔터 넘어설 듯

유튜브 세대 겨냥한 마케팅
힙합·EDM 섞은 음악·칼 군무
10대와 교감하는 메시지로 인기
SNS 소통…충성도 높은 팬덤 형성



[ 유재혁/은정진 기자 ]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요 사상 10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정상에 등극했다.

미국 음악매체 빌보드는 28일 방탄소년단이 지난 18일 발표한 정규 3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로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빌보드 차트는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성공 척도로 여겨지는 지표다. 그중 빌보드 200은 한 주간 미국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순위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의 정규 3집은 지난 24일까지 총 13만5000점을 얻어 K팝 그룹 앨범으로는 처음, 올해 그룹 앨범으로는 두 번째 높은 점수로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영어가 아니라 외국어 앨범이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것은 12년 만이다.

“한국 엔터산업 쾌거”

빌보드 200 순위 집계는 앨범 판매량 외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 애플 ‘비츠 뮤직’, 구글 ‘올 액세스’의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합쳐 산정한다. 3개 업체의 스트리밍 1500건당 앨범 판매 한 장으로 간주한다. 선(先)주문량이 150만 장인 정규 3집의 매출은 소비자가로 26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 24일까지 3개 업체에서 스트리밍 3910만 건, 다운로드 9000건 등을 기록해 매출 총액이 3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강문 씨는 “빌보드 200 차트 1위 소식이 알려지는 순간부터 일반 미국인들이 K팝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앞으로 나올 K팝 음악도 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곡만으로 순위를 매기는 싱글차트 ‘빌보드 핫100’에서 2위까지 오른 싸이의 경우에는 대체할 만한 가수가 없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비슷한 스타일의 K팝 아이돌그룹에 주류 시장을 열어주는 효과를 낳을 것이란 얘기다.

‘글로벌’, ‘동시대성’, ‘소셜’이 비결

방탄소년단이 세계 음악시장에서 독보적 지위에 오른 것은 크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음악과 ‘칼군무’ △10대와 교감하는 동시대적 메시지 △소셜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한 결과라는 업계 분석이다. 영어 이니셜로 G(global), C(contemporary), S(social network)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방탄소년단의 음악에는 힙합과 댄스,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등이 고루 섞이며 세계 어디서나 심취할 음악적 요소를 갖췄다는 평가다. 랩과 보컬 라인이 뚜렷한 이들은 소속 프로듀서들과 손잡고 음악을 직접 만들며 ‘자체 제작돌(제작 아이돌)’로서 진가를 보였다. 또 학교 3부작, 청춘 시리즈,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등 스토리텔링이 탄탄한 연작 앨범을 내며 청춘과 교감하는 화두를 던졌다. 한마디로 ‘이야기의 힘’이다. 방탄소년단은 10대와 20대가 보편적으로 하는 고민을 음악에 담는다. 꿈과 우정, 사랑과 고뇌, 방황, 사회의 부조리함 등이 이들 음악의 주제다. 빌보드는 지난 칼럼에서 “방탄소년단은 말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다량의 콘텐츠 공급을 통한 친근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이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방탄소년단은 트위터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방대한 물량의 콘텐츠를 성실하게 제공하며 친근한 캐릭터로 거리감을 좁혔다. 팬들의 피드백이 쌓이면서 어느새 ‘아미’란 팬덤을 이뤘고, 아미는 한국어로 된 방탄소년단의 노래 가사를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 나르며 호응했다.

빅히트 올 매출 최소 1500억원

올 하반기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으로 알려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방탄소년단 소속사)가 증시에 상장하면 기업가치가 2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빅히트의 지난해 매출은 924억원, 영업이익은 325억원을 기록했다.

게임기업인 넷마블게임즈는 최근 빅히트 지분 25.7%를 2014억원에 취득하고 2대 주주에 올랐다. 이 가격을 토대로 산출한 빅히트의 기업가치는 7835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빅히트의 기업가치는 배가될 전망이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빅히트의 올해 매출은 최소 1500억원, 영업이익은 5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또 “빅히트는 음악회사 SM을 뛰어넘어 최고 가치를 평가받을 것”이라며 “적정 기업가치는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은정진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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