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경제정책 방향을 틀어라

입력 2018-05-2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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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 성장한다며 규제 양산
경제지표 곤두박질, 한국만 역주행

64년 수출주도형 공업화로
전환했을 때처럼 시장과 기업을 중시해야"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



문재인 정부 1년의 경제에 대한 국민들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년 동안 ‘살림살이가 나빠졌다’는 응답이 28.8%로 ‘좋아졌다’는 18.9%보다 높다. ‘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자(26.2%)가 ‘늘었다’(20.9%)는 응답자보다 많다. 체감경기는 ‘나빠졌다’가 49.4%, ‘좋아졌다’가 11.8%였고, 취업시장은 51.6% 대 9.9%로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으로 높다.

저조한 경제 성적표는 실제 통계치에서도 나타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3%로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 수준이고, 설비 투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재고는 4개월 연속 늘고 있다. 3월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등 주요 국가는 경기 선행지수가 2016년 4월 이후 꾸준히 상승한 반면 한국만 9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1년의 초라한 경제 성적표는 경제 원리에서 벗어난 정책을 추구해온 결과다. 전혀 검증되지 않았고 논리적이지도 않은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여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제로화,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양산한 결과다. 이념이나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것이 경제다. 경제 정책이 원리에 부합할 때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들 살림살이가 나아진다.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들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돌려야 한다.

우리는 정책 방향을 돌려 성공한 경험이 있다. 박정희 정부의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원래 목표는 수입대체형 공업화였다. 경제를 잘 몰랐던 군사정부는 정권 초 시행착오를 경험한 후 수입대체형 공업화 전략에서 수출주도형 공업화 전략으로 전환했다. 박정희 정부는 수입대체형 공업화를 위한 갖가지 투자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내자와 외자를 통해 조달하려고 했다. 내자 조달 방법으로 택한 것이 1962년 6월 화폐개혁이었다. 화폐개혁을 통해 은닉된 자금을 끌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은닉 자금은 많지 않았고, 화폐개혁은 오히려 자금의 유통을 방해함으로써 경제 상황만 악화시켰다.

한편 수입대체형 공업화를 위한 많은 시설과 기계 등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려면 외화가 필요했다. 정부가 계획한 외화 수입원은 미국의 원조와 개발차관, 그리고 수출 증가를 통한 외화 획득이었다. 그러나 미국 원조당국이 원조자금을 삭감하고 개발차관 공여에 소극적이어서 외자 도입원이 제한돼 있었고, 두 차례 환율을 인상해 수출이 호조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어 무역수지와 외환 사정이 악화됐다.

이렇게 통화개혁의 실패, 제한된 외자 도입과 외화 고갈로 제1차 5개년 계획 원안을 지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부는 수입대체형 공업화 전략인 1차 5개년 계획의 원안을 포기하고 1964년 수출주도형 공업화 전략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그 전환의 계기가 매우 극적이다. 원안에 따르면 외화를 획득하는 데 기대를 걸었던 분야는 농산물과 광산물 수출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농산물과 광산물 수출은 기대에 못 미친 반면 공업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여기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수입대체 산업에 편중된 투자를 수출 산업 위주로 전환시키며, 통제했던 환율과 금리를 현실화하고, 수출에 장애가 되는 갖가지 규제를 완화하는 친(親)시장 정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우리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시장을 규제하기보다는 자유롭고 경쟁적으로 만든 결과였다.

정책 방향에 따라 경제가 성장하고 침체하는 것은 한국만이 아니었다.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 일본은 물론 신흥국인 중국, 인도, 러시아 등도 마찬가지였다. 경제 정책이 친시장적이면 경제가 성장했고 그 반대일 땐 침체했다.

실수는 누구나 하고 시행착오도 겪는다. 중요한 것은 시행착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잘못을 고집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국가 경제와 국민을 대상으로 이념에 따른 정책을 실험해서는 위험하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에서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정책 방향을 시장과 기업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너무 늦기 전에.

jwa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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