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美·中 통상분쟁은 체제 경쟁이다

입력 2018-05-28 17:58  

중국夢 담긴 '중국제조 2025' 견제하는 美
무역불균형 시정보다 체제 경쟁의 산물

박래정 < 베이징 LG경제연구소 수석대표 >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급해진 미국이 중국을 주요 2개국(G2)으로 대접하며 이런저런 협조를 구했을 때 중국 지도자들은 일관되게 “우리는 아직 개발도상국”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으로 비교하면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설명을 빠뜨리지 않으면서 말이다.

10년도 지나지 않은 요즘,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관영 언론들은 미국, 유럽과 무엇이라도 비교할라치면 중국의 평균이 아니라 최상위 사례를 들고 나온다. 단순 국제비교라면, 중국의 최상위 샘플들은 거의 대부분 영역에서 미국에 이은 글로벌 2등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통치 캠페인 ‘중국의 꿈’은 목표시한까지 30여 년 남았지만, 적어도 중국사회 곳곳에 자족감과 미래 비전을 심어놓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중국 산업계의 최상위 샘플은 ‘중국제조 2025’가 육성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사실 이런 취지의 차세대 산업정책은 2010년대 글로벌 경제에선 유행과도 같다. 그런데도 중국의 그것이 유난히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중국 정부가 국유(혹은 정부와 인맥으로 연결된) 기업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키우려고 대놓고 지원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 시장이 불공정하다고 시비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新)에너지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중국 발전개혁위원회 등이 내놓은 이 분야 기술 로드맵을 보면 ‘2020년까지 세계 10위권 기업을 적어도 하나는 육성한다’는 총괄목표가 서 있다. 이를 위해 시범사업 단계에서 어떤 형태의 전기차를 운용하고, 여기에 탑재하는 배터리는 어떤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보여야 하며, 기타 경량화 소재 및 제어기술 등은 어떠해야 하는지 세밀한 방향을 설정해 놓았다.

중국 정부는 시범사업을 지원해 국유기업의 시장 착근을 돕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술 플랫폼 설립을 유도해 최우수 기술을 표준으로 확정해 전파하고, 충전대 설치 등 기반시설 확충을 지원하며, 혁신기금을 설립해 연구개발 실탄도 지원한다. 정부 지원은 일종의 흥행 보증수표와 같아서 거래처 확보나 자본시장 융자도 한결 용이해진다.

미국 등 서방사회는 중국 개혁개방이 30년을 넘기면서 적어도 경제 면에서는 시장질서가 더욱 보편화하고 외국 기업에도 자유경쟁을 보장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시 주석이 당 중앙의 ‘핵심’ 자리를 꿰찬 이후 시장 속 정부 역할은 더욱 비대해지고, 국유기업 지원은 갈수록 거리낌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13억 경제를 성장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도 마찬가지다. 인도 역시 석유정제와 같은 전통 기간산업 분야에서 국영기업을 유지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미래산업 분야에서 외국 기업의 진입을 보장하고 보조금 정책에서도 내외 차별이 없다. 정책의 최종 목적이 글로벌 강자를 육성하는 게 아니라 일자리와 세수를 늘리고 소비자 권익을 증대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지난 20일 중국이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고 미국은 보복관세 부과를 보류하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파국을 면했다. 미국의 가장 큰 불만이 집중되는 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한 담판은 다음 베이징 회담에서 본격 논의될 것이다. ‘사회주의 제조강국’을 지향하는 시진핑 체제와 ‘자본주의 제조강국’의 정점에 서 있는 미국의 담판은 겉으로는 무역불균형을 시정하는 통상분쟁의 모양새지만 근저에는 체제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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