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정진 기자 ] “죽기 전 마지막으로 연주하고 싶은 곡을 고르라면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키호테’를 들고 싶습니다. 제자 장한나와 함께 협연한 유일한 곡이니까요.”
‘친한파 첼리스트’로 알려진 거장 미샤 마이스키(사진)가 내한 공연 30주년을 맞아 다시 한국 무대에 선다. 다음달 15일(경남 김해문화의전당)과 16일(서울 롯데콘서트홀) 이틀간 슈테판 블라더가 지휘하는 빈체임버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70세 기념 공연이다.
마이스키는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자신의 특별한 애정을 소개했다. 그는 1988년 첫 한국 공연 이후 30년 동안 21차례 내한 공연을 했다. 한국 관객에 대해 그는 “역사적 유산과 정신을 많이 갖추고 있어 그 어느 나라보다 클래식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다”며 “한국 관객이 아시아 어느 나라보다 지적이면서도 긍정적인 기운을 매 무대에서 보여줘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의 한국 사랑은 공연에만 그치지 않는다. 1997년 베스트 앨범 표지를 한복을 입은 사진으로 해 한국 팬은 물론 해외 음악계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 대해 그는 “그 어느 해보다도 여러모로 특별한 공연”이라고 했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유일한 70세 기념 공연이다. 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 역시 2011년 이후 7년 만이다. 이 때문에 마이스키는 한국 관객을 위해 더 특별한 곡을 준비했다고 했다. 차이코프스키가 모차르트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며 쓴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다. 그는 “다른 곡보다 매우 생생한 곡인 데다 한국 관객이 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골랐다”고 설명했다.
마이스키의 연주는 지나치게 열정을 표출하기 때문에 과장됐다는 비판을 가끔 받는다. 이에 대해 그는 “내 연주는 평론가를 위한 게 아니라 관객을 위한 것”이라며 “비브라토를 많이 줄여 연주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음악을 통해 표현하려는 내 감정도 같이 줄어든다. 사람의 심장에 가깝게 다가가는 연주를 하는 게 내가 추구하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첼로 거장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와 그레고르 퍄티고르스키를 모두 사사한 마이스키는 1998년 첼리스트 장한나를 발굴한 것으로도 한국에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연주로 꼽은 첼로협주곡 성격의 돈키호테는 2012년 앱솔루트 클래식 무대에서 장한나의 지휘로 협연한 곡이다. 마이스키는 “제자는 장한나가 유일하다”며 제자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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