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판 바뀐다… SUV 돌풍에 싼타페, 국민차 등극

입력 2018-05-29 16:13  

아우디·폭스바겐 복귀
수입차업계 '지각변동'



[ 도병욱 기자 ]
2개월 연속 국내 판매량 1위, 2개월 연속 국내 판매 1만 대 돌파.

한국 자동차시장의 전통적 ‘베스트셀링카’인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얘기가 아니다. 현대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의 판매 기록이다. 지난 3월 1만3356대, 지난달 1만2040대가 팔렸다. 지난해까지 한국 시장에서 SUV 차량이 한 달에 1만 대 이상 팔린 적은 역사상 세 번(싼타페 두 번, 쏘렌토 한 번)밖에 없다. 싼타페가 두 달 연속 1만 대 이상 팔린 것은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싼타페가 올해 연간 판매량 1위 자리를 차지하면 새 역사를 쓴다. 지금까지 SUV가 연간 판매량 1위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내 자동차 판매 1위 자리는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일부 차량의 전유물이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SUV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기록”이라며 “싼타페 돌풍에 세단이 항상 판매량 1위를 한다는 업계의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세 굳힌 SUV

한국 자동차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정 모델의 판매량이 늘었다가 줄어드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최근 변화는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한 모델이 인기를 끌거나 시장에서 외면받는 수준이 아니라 소비자의 취향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싼타페 돌풍’부터가 단순히 특정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는 수준이 아니다. 세단이 아니라 SUV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추세의 한 단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SUV의 단점인 불편한 승차감, 소음과 진동 등이 대부분 사라졌고 높은 차체 등 강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과거에는 캠핑 등을 좋아하는 일부 소비자만 SUV를 선택했다면 이제 주로 도심 운행을 하는 소비자도 SUV를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싼타페가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기아자동차의 중형 SUV 쏘렌토 판매량이 감소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여기에 한국GM은 이쿼녹스로 도전장을 내민다. 이쿼녹스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총 29만458대가 팔린 인기 모델이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진작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던 차량이다. 다른 중형 SUV와 비교해 휠베이스(앞뒤 바퀴축 사이 간격)가 긴 게 특징이다. 그만큼 실내공간이 넉넉하다. 한국GM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내수 판매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소형 SUV 돌풍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소형 SUV라는 차종이 본격적으로 팔린 것은 2015년의 일이다. 이후 소형 SUV 시장은 매년 급성장했다. 지난해 소형 SUV 판매량은 1만5422대로 전년 대비 29.1% 늘었다. 차체가 작아 실용성이 좋으면서도 높은 시야와 넓은 적재공간 등 SUV 특유의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소형 SUV라는 차종이 인기를 끌면서 ‘생애 첫차’ 시장을 주름잡던 경차와 소형 세단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일부 완성차업체는 소형 세단을 국내에 출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도 바뀐다

올 들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흔한 수식어 중 하나는 ‘사상 최대’다. 판매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어서다. 주요 브랜드는 수시로 “사상 최대 규모의 월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지난 1~4월 수입차 판매량은 9만3328대. 지난해 같은 기간(7만5017대)과 비교하면 24.4% 늘어났다. ‘수입차 시장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다’는 일각의 분석을 비웃는 실적이다. 통상 1분기가 수입차 비수기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입차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수입차 판매량이 늘수록 국내 완성차 판매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입차 브랜드 간 ‘판매 전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때 수입차 ‘빅4’에 이름을 올린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복귀는 수입차업계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이미 아우디는 지난달 판매량 3위에 올랐다. 지난달 판매량 1위와 2위는 각각 메르세데스벤츠(7349대)와 BMW(6573대)가 차지했다. 아우디는 2165대를 팔았다. 배출가스 인증조작 파문으로 판매를 중단하기 전의 성적표와 비교하면 초라하다고 볼 수 있지만 아우디가 지난달 판매한 차량 종류는 A6 하나였다. A4를 비롯한 인기 모델과 SUV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으면 판매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폭스바겐도 시동을 걸고 있다. 파사트와 티구안을 출시했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 경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벤츠와 BMW 2강 체제가 이어졌지만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합류하면 다시 빅4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며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부상이 벤츠와 BMW 등 상위권 브랜드, 도요타를 비롯한 중위권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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