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아르헨 등 외환위기 공포 확산… 印尼는 2주새 두 차례나 기준금리 인상

입력 2018-05-30 17:54  

남미·아시아 신흥국 '패닉'

증시·통화가치 급락
"성장률 높은 일부 국가
오히려 투자 기회" 시각도



[ 이현일 기자 ]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도 홍역을 앓고 있다. 달러 강세 속에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면서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어서다. 신흥국들은 금리 인상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불안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신흥국 주식시장 지표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지수는 29일(현지시간) 1126으로 지난 3월 고점 대비 8%가량 하락해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으로 손실을 우려한 투자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탓이다. 신흥국을 떠난 투자자는 안전자산인 미 국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올 들어 통화 가치가 하락한 가운데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30일 기준금리를 연 4.50%에서 연 4.75%로 전격 인상했다.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7일 한 차례 금리를 올린 데 이어 2주일도 안 돼 다시 금리를 올리며 ‘환율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올 들어 현재까지 달러화 대비 4.5% 하락했다.

베트남 증시 호찌민VN지수는 지난 28일 연중 최저인 931.75까지 떨어졌다. 이날 소폭 반등했지만 4월 고점 대비 23% 가까이 낮은 수준이다. 베트남 증시는 올 1분기 과열 양상을 보인 뒤 투자자가 차익 실현에 나선 시기와 신흥국 위기 흐름이 맞물리며 낙폭이 커졌다.

남미 국가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증시의 보베스파지수는 이날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76,071까지 내려앉았다. 브라질은 트럭운전기사들이 유류세에 불만을 품고 파업을 벌여 물류가 마비되는 등 혼란에 빠졌다. 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이 유출돼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한 달여 만에 2%포인트 가까이 치솟으며 연 11.2%를 기록했다. 브라질 헤알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는 연초보다 12.7%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통화 가치 폭락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40%대까지 끌어올렸음에도 환율이 이날 달러당 24.85페소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달러화 대비 페소 가치는 33.6% 폭락했다.

터키는 기준금리 인상 후 환율 급등은 진정됐지만 통화가치가 연초 대비 20.5% 떨어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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