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압력에 굴복 못해
역할 못하는 WTO 손 봐야"
중국은 亞·EU와 연대 움직임
[ 김현석 기자 ]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합의를 뒤집은 데 이어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와 전면적인 통상전쟁에 돌입할 조짐이다. 미국은 EU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 협상이 결렬되자 관세 부과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 및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에도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등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해 통상전쟁의 ‘화염’이 태평양뿐 아니라 대서양까지 옮겨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시 강경 기조로 돌아선 트럼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조만간 유럽 및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프랑스 파리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는 약한 자세로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3월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EU에 6월1일까지 협상 말미를 줬다. 이어 EU에 ‘기존 철강·알루미늄 수출량의 10%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반면 EU는 협상 전제조건으로 관세 영구면제를 요구했다. WSJ는 양측이 막판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미국이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EU와의 통상전쟁이 불붙을 수 있다. 미국과 EU의 무역 규모는 연간 1조달러에 달한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프랑스와 유럽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공격을 받는다면 우리 이익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U는 미국이 관세를 매기면 오렌지, 청바지, 오토바이 등 28억유로(약 3조5000억원) 상당의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맞서 유럽산 자동차에 추가 보복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지난 23일엔 ‘수입차에 최고 25% 관세 부과’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다.
◆제 역할 못하는 WTO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매긴 근거는 국가안보를 해친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관세·비관세 장벽은 불허하지만, 국가안보에 관한 조치는 인정한다.
EU는 미국이 산업 보호를 위해 국가안보를 들먹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 주재 EU대표부는 “철강·알루미늄 수출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어떠한 분석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 WTO 개편을 제안하기도 했다.
◆‘항미(抗美) 연대’ 이루려는 중국
미국은 전날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과의 무역 합의를 열흘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에 중국은 EU, 아시아 국가와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5일 베이징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무역문제를 다자주의 틀에서 해결하고 이란 핵합의를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EU는 이란과의 핵합의를 파기한 미국의 결정에도 불만이 크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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