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코리아 포럼 2018] "바보같은 연구란 없다… 한국 과학자 더 과감해져야"

입력 2018-05-31 17:51  

특별강연 -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울산과기원 특훈교수

'화학계의 알파고' 개발

특허 피할 화학물질 합성법
AI가 10분 만에 찾아내



[ 배태웅 기자 ] “케마티카를 개발하면서 ‘쓸데없는 연구’라는 비판을 무수히 받았죠. 실패를 두려워했다면 결코 완성하지 못했을 겁니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리더(울산과학기술원 특훈교수·사진)는 3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18’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2012년 ‘화학계의 알파고’라고 불리는 인공지능(AI) 화학 합성 프로그램 ‘케마티카’를 개발해 학계를 놀라게 한 화학자다. 2016년 케마티카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나노기술 분야에서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파인만상’을 받았다.

케마티카는 화학물질을 스스로 합성하고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는 AI 프로그램이다. 1700년대부터 인간이 축적해온 3만여 개 화학물질 합성법을 모두 학습해 최적의 합성법을 인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계산해낸다. 독일 제약회사 머크는 이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개발사인 GSI를 인수했다. GSI는 그쥐보프스키 교수가 자신의 이름을 따 미국에서 창업한 기업이다.

그는 “AI를 화학에 적용하는 일은 체스나 바둑보다 훨씬 어렵다”고 했다. 앞으로 놓을 수만 고려하면 되는 체스나 바둑과 달리 화학 합성은 분자 결합 상태나 3차원 분자 구조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여러 변수를 고려하면 간단한 화합물을 합성할 때도 100의 100제곱 개 변수가 생긴다”며 “많은 사람이 케마티카 개발이 실패할 것이라고 본 것도 이런 복잡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AI가 제약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간이 개발한 합성법 대신 AI가 개발한 합성법을 사용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약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서다. AI를 이용해 유명 제약사의 특허를 우회할 수도 있다.

그쥐보프스키 교수는 “AI를 활용하니 기존 방식보다 더욱 효율적이면서 특허 문제도 피하는 합성법을 단 10분 만에 찾아낼 수 있었다”며 “이제는 제약 분야에서 지식재산권(IP) 개념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AI가 과학자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일은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과학계에 뼈있는 조언도 했다. “한국 학생들은 지식을 암기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AI 시대에는 지식 암기보다 개념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몇 년 전부터 기초과학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며 “한국 과학자들이 연구 지원에 힘입어 새로운 연구에 적극 도전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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