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첫날… 박원순 '청소노동자' 김문수 '시장상인' 안철수 '경찰관' 손 잡았다

입력 2018-05-31 17:53   수정 2018-06-01 06:47

6·13 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 - 서울시장

'소외계층' 찾아간 박원순
새벽 1시10분 노동자 쉼터로
구청장·재보선 후보 지원 주력

'경제'로 승부 거는 김문수
평화시장서 밤샘작업 상인 격려
'서울로 7017' 등 朴정책 비판

'안전·생명' 강조한 안철수
"朴시장으로는 서울 미래 없다"
미세먼지 대책 등 차별화 나서



[ 박재원/박종필/배정철 기자 ]
6·13 지방선거가 31일 0시를 시작으로 13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특히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여야 후보들은 새벽부터 공식 일정을 시작하며 840만 명의 유권자 표심 잡기에 나섰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새벽 밤샘 근무를 하는 ‘청소노동자’들을 만났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전통시장으로 달려가 ‘경제 살리기’를 강조했다. 경찰서를 첫 방문지로 택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안전한 서울’을 차별점으로 공략했다.

◆전략지역 지원 나선 박원순

“새벽까지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제일 먼저 보고 싶었습니다.” 새벽 1시10분, 박 후보는 답십리역 청소노동자 쉼터를 찾았다.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주)그린환경에 근무하는 한 지하철 청소노동자가 “무거운 청소 기계를 옮기느라 팔다리가 아프다”고 하자 박 후보는 “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시설 등을 다시 점검하고 통증 등에 대해서는 우선 건강 실태조사를 해 개선할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나홀로 선거전을 펼친 4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민주당의 서울 야전 사령관’을 자처한 박 후보는 파란 점퍼와 같은 색 운동화를 맞춰 입고 이날 답십리-평화시장~송파~중랑~노원~중구~강남 등을 돌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첫날 일정은 민주당의 열세 지역을 지원사격하는 데 집중했다. 본인 홍보 대신 중랑구, 송파을 등 구청장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현장을 찾아가 출마 후보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면목역 유세 현장 인근 동원전통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아 이번에 중랑구도 민주당이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주민이 많다”고 민심을 전했다. 박 후보는 이어진 노원구 유세에서 “그동안 전쟁과 갈등을 지나 남북관계가 평화를 넘어 통일로 가는 길목에 있다”며 “위로는 문재인 대통령, 중간엔 박원순 서울시장, 민주당 국회의원 및 구청장과 함께한다면 새로운 평화통일의 시대, 새로운 서울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원순 정책 공격 나선 ‘경제 김문수’

김 후보는 동대문시장으로 향했다. ‘경제’를 챙기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새벽 1시께 평화시장을 찾은 김 후보는 밤샘 작업을 하는 상인들을 격려했다. 이곳은 김 후보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서울대 재학 중 제적된 후 재단보조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아침 첫 일정으로는 서울역 광장에서 한국당 소속 기초단체장, 시의원 후보자 및 당원·지지자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선거 출정식을 열고 지방선거 필승 의지를 다졌다.

김 후보는 박 후보의 정책을 비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서울역 고가도로를 없애고 ‘서울로 7017’을 만든 박 후보의 시정을 겨냥해 “볼일 없는 저 못난 도로를 관광지로 만든다는 발상은 틀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가도로 대신 서울스퀘어, 세브란스빌딩을 뛰어넘는 더 좋은 빌딩을 서교동에 짓겠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를 ‘죽음의 굿판’으로 표현하는 등 과격한 발언도 거침없이 했다. 김 후보는 서울 광화문에 설치됐던 ‘세월호 천막’을 겨냥해 “죽음의 굿판”이라며 “죽음의 관광을 집어치워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 유세현장을 찾은 한 시민은 “현재 임대수익을 위한 건물 한 채를 가지고 있는데 세금 폭탄 때문에 힘에 부친다”며 “김 후보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시민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지 않냐”며 “후보 단일화 여부를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경찰서 찾은 안전한 안철수

안 후보는 “서울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안전’을 차별점으로 택했다. 그는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에 이어 지하철 안전점검, 영등포교도소를 첫날 일정으로 소화했다. 가산초등학교에서 우시장까지 가는 길목에 주택가 폐쇄회로TV(CCTV) 설치 현장 점검을 펼치기도 했다.

안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부터 ‘미세먼지’ ‘낙후지역’을 거론하며 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구로시장에 세워진 유세 자동차에서 “박 후보로는 21세기 서울의 미래는 없다”며 “(박 후보) 4년이면 서울시는 번영은커녕 늙은 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세먼지가 심한 이유는 공기가 빠져나갈 데가 없기 때문”이라며 “서울개벽 프로젝트로 연남동의 연트럴파크 같은 공원이 서울에 생기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도 되고 녹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구로구의 한 경로당을 방문해서는 “어르신께 월 5만원씩 기초 건강 급여를 지급하고, 경로당을 실버 건상센터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안 후보는 개봉역 유세를 마치고 늦은 아침식사를 하는 와중에 ‘김 후보와의 단일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정치인이 선거를 나올 때는 모든 걸 걸고 나온다”며 “제가 어떤 강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박 후보 당선은 안 된다는, 절반이 넘는 유권자들의 생각을 모아줄 수 있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박재원/박종필/배정철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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