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가드너 지음 / 김한영 옮김
사회평론 / 444쪽 / 1만8000원
[ 심성미 기자 ] “창의성은 어떻게 꽃피우는가? 자립성을 길러주는 게 우선일까, 반복훈련이 먼저일까?”
부모와 교육자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문제다. 다중지능 이론을 창시해 최고의 교육학 이론가로 손꼽히는 하워드 가드너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번역 출간된 《창의성의 열쇠를 찾아서》에서 이 질문에 답한다.
‘교사가 열정적이고 학생이 건강하면 충분하다’는 진보적 교육관을 지녔던 그가 창의성에 새로운 의문을 품게 된 것은 네 차례에 걸친 중국 방문을 통해서였다. 그가 흥미롭게 느낀 것은 미국인과 중국인이 아들 벤저민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미국인 하워드 부부는 한 살 반인 벤저민이 호텔 열쇠를 반납함에 넣으려 애쓰지만 잘 되지 않는 모습을 그저 지켜본다. 반면 지나가던 중국인 대부분은 벤저민의 손을 잡고 반납함 구멍으로 부드럽게 이끌어준다. 시행착오는 시간 낭비라는 중국인의 생각이 드러나는 행동이었다.
이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가드너는 미국과 중국 교육의 핵심을 짚어낸다. 미국은 자립성과 독창성이 창의성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천자문 암송과 서예로 대표되는 중국식 교육은 반복을 통해 빠르게 기초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가드너 교수는 섣불리 중국의 교육 방식을 비판하지 않는다. 중국이 모방과 반복훈련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세계적인 문화를 일궈왔고, 창의적인 인재를 배출해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지해왔던 미국식 교육 방식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가드너 교수는 미국식과 중국식 교육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을지 모색하기 시작한다.
가드너 교수는 창의성이 뛰어난 유아기 시절(7세 이하)에는 반복훈련보다는 독창성을 북돋워주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아동 중기(14세 이하)부터는 기술 연마가 중요해진다. 기술이 습득되지 않으면 자칫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부터는 자신이 지닌 독창성과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와 소통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연구를 통해 가드너 교수는 “창의성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세계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재정의한다. 그는 “자신의 결과물을 교사와 친구들과 공유하고 비평하면서 사회를 혁신시킬 수 있는 진정한 창의성이 꽃을 피운다”고 강조한다.
“창의성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계발될 필요가 없다. 창의성은 의외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개인에게서, 생애의 전 기간에 출현할 수 있다.” 저자의 이런 신념은 한국의 교육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아 보인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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