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작署 전화사기검거팀
지난해 9월 전담팀 구성
성과 좋자 다른 署서 '벤치마킹'
[ 장현주 기자 ] 서울 노량진에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정모씨(23)는 지난 4월 자신을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밝히며 “사기 사건에 연루됐으니 만나서 돈을 맡기라”는 내용의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국가기관을 사칭해 직접 만나 돈을 전달받는 전형적인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사건이었다. 정씨의 신고를 받은 동작경찰서 전화사기검거팀은 또다시 전화가 걸려오면 정씨에게 속는 척 연기를 부탁했다. 반나절 동안 이어진 정씨와 경찰의 공조 수사 결과 일당 4명을 모두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수사를 이끈 정인태 팀장(경위)은 “보이스피싱 범죄는 전화를 받은 사람이 의심해 피하더라도 검거하지 못하면 결국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시민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현장 검거에 성공한 사례”라고 말했다.
동작경찰서는 관내에서 강도 살인 등 5대 범죄보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유독 많이 늘고 있다는 통계에 착안해 지난해 9월 전화사기검거팀(사진)을 신설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현장 검거가 필요한 사건이 많다고 판단해 5명의 베테랑 경찰관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출범시켰다.
전화사기검거팀은 특히 대면편취 수법을 상대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팀장은 “학생 전문직 교수 등 각계각층의 사람이 보이스피싱에 홀려 범인을 만나 직접 돈을 건네준다”며 “밤낮없이 사건을 해결하다 보니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고 했다. 보이스피싱 수사의 최종 목표는 주로 해외에 근거지를 둔 총책을 잡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검거된 범죄자는 대부분 돈을 받아 전달하거나 사칭 연기를 하는 송금책이나 전달책이 많다. ‘고액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모집된 송금책과 전달책을 검거하는 것만으로는 보이스피싱 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용신 전화사기검거팀 수사관은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서 중국계 메신저인 위챗으로 연락을 주고받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전화사기검거팀이 거둔 성과는 결코 작지 않다.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검거 건수만 9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늘었다. 신동석 동작경찰서 수사과장은 명함 뒷면에 ‘현금 인출자 중 112 신고 대상자’ 등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적어 관내 90여 개 은행 지점에 돌리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동작경찰서 사례를 참고해 지난 2월 마포·서초·영등포·용산 등 4곳에 전담팀을 새롭게 구성했다. 정 팀장은 “할머니가 목발 짚고 다니며 힘들게 모은 2000만원을 되찾아준 게 가장 기억이 남는다”며 “일단 해외로 송금되면 현실적으로 회수가 어려운 만큼 앞으로도 현장 검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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