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은산분리 규제 족쇄 풀어야

입력 2018-06-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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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銀 증자 막는 은산분리
규제틀 바꿔야 금융혁신 가능

김병태 < 영산대 교수·법학·미국변호사 kbt0421@naver.com >



출범 1년이 넘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여전히 ‘파일럿 프로그램’ 방식으로 운영되며 실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전부터 제기된 법적 기반과 은산분리(銀産分離: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에 관한 문제점들이 아직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초 금융위원회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업계 반응은 미지근하며 추가 인가의 필요성마저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과 그로 인한 ‘메기효과’로 인해 우리나라 은행산업이 외형적으로 성장했으며 은행권 전반에 모바일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되고 금리경쟁 또한 치열해졌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은 여전히 불안한 법적 기반 속에서 성장의 발목이 잡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 장벽인 은산분리 규제와 은행 영업의 안전성 및 수익성 제고 문제는 아직까지 논쟁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이러는 사이 기존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이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의 차별성마저 약해지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전문은행이 지난 1년간 우리나라 은행산업 전체에 미친 효과는 긍정적이지만 정작 인터넷전문은행 자체는 생존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과 동일한 은산분리원칙 적용 대상이다. 은행법상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자본은 4%를 넘는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며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범위에서 10%까지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이런 은산분리원칙은 ICT기업이 중심이 돼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 확대와 생존전략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융복합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데 은산분리원칙으로 인해 증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시중은행과 동일한 경쟁을 펼치기 어려운 인터넷전문은행의 특수성이란 법정책적 이유와 영업확대 및 건전성 규제의 충족을 위한 증자 필요성이란 현실적 이유를 모두 고려해 은산분리원칙의 적용을 우선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시 금융업에 ICT기업들의 신선한 바람을 기대하며 이들의 지분투자 규정을 완화한다는 전제 아래 인허가 과정을 진행했다. 이런 정책 결정을 뒤바꾸거나 지연하는 것은 이미 인가를 내준 인터넷전문은행에 모든 불이익을 전가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금융당국의 규제·감독의 신뢰까지 허물어질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여건과 환경을 스스로 조성해 가지 않는다면 시중은행과의 차별성이 사라지고 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돼 결국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은산분리원칙의 완화를 단순한 예대업무를 위한 증자 수단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생존을 위해 보다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고유 사업을 개척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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