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2400 박스권 맴돌아
[ 오형주 기자 ] 삼성전자 액면분할과 남북한 경제협력 테마주 부상 등에 힘입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7년1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증시 안팎의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업종별·테마별 순환매 장세가 펼쳐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정보기술(IT)주 등 증시 전반을 이끌어 나갈 주도주가 부각되지 않고 있어 지수 상승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 역대 2위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533억원으로 전달(7조8120억원)보다 15.9% 증가했다. 이는 2011년 4월(9조1990억원)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당시(2011년 4월25일)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2200선을 넘어섰다.
코스닥시장의 5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조9384억원으로 전월(6조4836억원)에 비해 약간 줄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합친 5월 증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4조9917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올 1월(15조8220억원)에 근접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액면분할한 후 지난달 4일부터 거래가 재개된 게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대금이 늘어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5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8188억원으로 전월 대비 30.4% 증가했다.
남북 경협 수혜주로 분류되는 건설, 철도, 자원개발 관련 종목들 역시 지난달 일제히 거래대금이 급증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현대건설(5065억원) 현대로템(3451억원) 등 남북 경협주가 하루 평균 거래대금 2, 3위를 차지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7위(2329억원)에 올랐다.
거래대금이 늘자 증권업계에는 화색이 만연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5개 증권사의 1분기 순이익은 1조4541억원으로 2007년 1분기 이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증권업계는 5월 거래량 증가로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 실적이 개선돼 2분기 순이익도 큰 폭으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박스권에 갇힌 지수
거래대금은 크게 증가했지만 코스피지수는 5월 내내 2400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남북 경협주나 제약·바이오주 등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중소형 종목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며 “증시 전반을 끌고 나갈 주도주가 없는 상황에서 거래량이 움직였기 때문에 지수 상승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액티브운용실장은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을 앞두고 매입한 투자자들이 분할 이후 대거 팔아치우면서 손바뀜만 이뤄졌을 뿐 주가는 오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거래대금 증가가 지수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 센터장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 등 글로벌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중소형주 위주의 변동성 장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실장은 “북한과의 경협 속도가 빨라지면 거래대금 증가세가 지수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거래량까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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