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선 美 자금 12억弗 이탈
[ 설지연 기자 ] 미국, 일본과 달리 서유럽과 신흥국 경제는 불안하다. 3일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달 24∼30일 서유럽 주식과 채권펀드에서 58억달러(약 6조2000억원)가 빠져나갔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직후인 2016년7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자금 이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유럽 주식펀드에서 45억달러, 채권펀드에서 13억달러가 유출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정치 리스크 때문에 투자자들이 유럽 증시 전반에서 급격히 발을 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국이 지난 1일 연정 구성이 성사되기까지 극심한 혼란에 빠진 데다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마저 부각된 결과다. 선라이프인베스트먼트의 덱 뮬러키 리서치 이사는 “이탈리아는 정부 구성 이후에도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매우 신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신흥국 펀드도 대부분 지역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시장조사업체 리퍼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지난 한 주 신흥시장 주식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12억달러의 자금을 빼냈다. 주간 단위로 2016년 11월 이후 최대다.
신흥국 채권펀드도 6주째 순유출이 이어졌다. MSCI 신흥시장(EM)지수는 1일 1130.22로, 지난 1월 말 찍은 고점 대비 11%가량 하락했다.
시장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맞물려 신흥국 시장에서 선진국으로 자금이 대거 이탈할지 모른다는 ‘6월 위기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이어 터키, 인도네시아 등의 통화 가치도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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