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남는 의문들
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 제외하고 분석은 '견강부회'
전문직·대기업 근로자 임금 인상은 최저임금과 무관
'임금격차 확대' 靑 통계로 확인…소득분배 더 악화
[ 김일규/임도원/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유지하겠다며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밝힌 데 대해 ‘근거가 무엇이냐’는 논란이 일자 청와대가 3일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별 근로소득을 별도 분석한 결과 하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계층의 1분기 소득증가율이 작년에 비해 높다는 비공식 통계를 제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하위계층은 아예 배제한 통계라며 ‘견강부회’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하는 개인소득만 따로 분석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1분기 가계소득을 보면 소득 하위 20%(1분위)의 월평균 가계소득은 지난해 대비 8%, 하위 20~40%(2분위)는 4% 줄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소득주도 성장이 제대로 가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고, 29일엔 “소득 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까지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틀 뒤인 31일 “소득주도 성장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돌연 말을 바꿨다.
문 대통령의 인식이 바뀐 것은 청와대 정책 참모들이 작성한 별도 통계에 따른 것이었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3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통계청 발표의 근거가 되는 원시자료(로 데이터)를 가지고 노동연구원 등 관련 국책연구기관을 통해 더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홍 수석은 가구별 근로소득 대신 개인별 근로소득을 따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표본 대표성을 고려해 가구 단위로만 통계를 작성·공표하는데 가구주, 배우자, 기타 가구원(한 명으로 간주)으로 구분해 분석했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하위 10%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10.8%에서 올해 1분기 8.9%로 떨어진 반면 나머지 계층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모두 올랐다고 홍 수석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저소득층의 소득증가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높다는 사실도 나타났다고 했다.
“자영업자, 실직자 고려 안 하나”
통계학자와 노동 전문가들은 그러나 청와대의 설명이 여러 측면에서 ‘아전인수’식 분석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임금근로자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통계 전공 교수는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등 비임금근로자가 약 683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5%를 차지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을 제외하고 임금근로자만 분석해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기준 비임금근로자는 1년 전과 비교해 8만4000명이나 줄었다.
임금근로자 중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임금근로자 증가폭은 지난해 3월 40만6000명(전년 대비)에서 올 3월 30만8000명으로 급감했다. 통계청 출신 한 노동전문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노동시장에서 퇴출된 사람을 고려하면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고소득층도 최저임금 수혜?
개인별 근로소득만을 기준으로 하위계층의 소득증가율이 더 높다고 하는 것은 가구 특성을 무시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똑같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젊은 층 중에 소년가장이 있을 수 있고, 부잣집 아들이 있을 수도 있다”며 “부잣집 아들의 아르바이트 월급이 늘었다는 것이 긍정적 효과냐”고 반문했다. 그는 “개인별 소득보다 가구별 소득을 공식 통계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개인별로는 통계의 유의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이 없는 고소득층까지 마치 혜택을 받은 것처럼 홍보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청와대가 제공한 통계를 보면 소득 상위 10~20%는 1분기 근로소득이 작년보다 4.8%, 상위 10%는 5.1% 증가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대상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소득자 임금까지 연쇄적으로 올린 사업장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문직과 대기업 고연봉 근로자까지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로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제시한 통계로도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하위 50%의 올 1분기 소득 증가폭(전년 동기 대비)보다 상위 50%의 증가폭이 더 커졌다. 이에 대해 홍 수석은 “대기업의 작년 실적에 따른 보너스가 연초에 나와 격차가 벌어진 것 같다”고 했다.
김일규/임도원/조미현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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