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의구심 커지는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파격적 인상 이후 소득 불평등 되레 커졌대요

입력 2018-06-04 09:00   수정 2018-06-04 17:03

[ 김일규 기자 ]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은 ‘소득주도 성장’이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증가하고, 물건을 많이 팔게 되는 기업들이 생산과 투자를 늘려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논리다. 정부는 우선 소득을 늘리기 위해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지난해보다 16.4% 올렸다.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시간당 임금을 최저 6470원에서 7530원으로 인상했다.

최저임금을 올렸으니 근로자들의 소득이 늘어나는 게 당연한 듯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지난해 1분기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너무 급격하게 올라 부담을 느낀 사업주들이 직원을 줄이면서 빚어진 현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저소득층 소득·취업자수 줄어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를 보면 소득 하위 20%(1분위)의 월평균 가계소득은 128만6702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8% 줄었다. 소득 하위 20~40%(2분위)는 272만2638원으로 같은 기간 4% 감소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저소득층 소득이 줄어든 것은 근로소득이 감소한 탓이다. 소득 1분위 근로소득은 13.3%, 2분위 근로소득은 2.9% 감소했다.

근로소득은 일해서 번 돈이다. 최저임금이 올랐는데도 일해서 번 돈이 줄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근로 자체를 하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능성은 고용통계로 확인된다. 통계청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까지 30만 명 안팎을 유지하던 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해 2월부터 세 달 연속 10만 명 안팎으로 떨어졌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시설관리업 취업자 수가 줄었다. 또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상용근로자와 달리 임시·일용근로자가 크게 감소했다.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 숙박·음식점업주 등이 임시·일용 근로자를 줄인 결과 저소득층 소득이 감소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득 불평등은 되레 심화

반면 고소득층의 가계소득은 더 늘었다. 소득 상위 20%(5분위)의 1분기 월평균 가계소득은 1015만1698원으로 지난해보다 9.3% 증가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수준의 증가폭이다. 상위 20~40%(4분위)는 561만3572원으로 같은 기간 3.9% 증가했다.

고소득층의 소득 증가는 지난해 기업 이익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상장 기업 기준으로 지난해 순이익이 40%가량 증가하면서 올해 보너스를 많이 지급했고 결과적으로 소득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저소득층 소득이 줄고, 고소득층 소득은 늘면서 소득분배 구조가 더 악화했다. 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5분위 배율)은 1분기 5.95배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소득 상위 20%의 가계소득이 하위 20%의 가계소득보다 여섯 배가량 많다는 의미다. 이 역시 2003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큰 격차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졌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해야”

정부는 이런 현상이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득이 낮은 70대 이상 고령층이 늘고,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장사가 잘 안된 데다 자영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망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그만큼 위기의식이 커졌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수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얼마나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달 말께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인상은 필요하지만 지나쳐선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NIE 포인트

정부는 ‘소득이 늘면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펴고 있다. 소득을 늘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선택했다. 그러나 저소득층 가계소득이 되레 줄었다는 통계다.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경로로 부작용을 낳는지 정리해보자.

김일규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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