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이 인스타그램에 푹 빠진 이유

입력 2018-06-0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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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경제부 기자) 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는 세계적인 경제 석학과 전현직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한국은행이 개최한 ‘한은(BOK) 국제 콘퍼런스’ 때문이지요.

한은은 각국 중앙은행이 공통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주제를 선정해 매년 이 콘퍼런스를 열고 있습니다. 연중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랍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저명한 통화정책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경제 관련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생생한 의견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관심을 받고 있답니다.

이날 주제는 ‘통화정책의 역할’이었습니다. 관련 주제를 다룬 논문들이 발표되고 열띤 토론도 이뤄졌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로버트 홀 미 스탠포드대 교수는 한국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홀 교수는 미국 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제학 학술단체인 전미경제학회(AEA) 회장을 지낸 거시경제학자입니다.

그는 이날 “최저임금 인상은 새로운 최저임금 수준에서 고용되기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 고용에 부작용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최근 한국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소득 격차가 확대된 배경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기조연설을 통해서는 경제주체의 심리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홀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주체의 심리 악화는 당시 미국 경제에서 이자율 급등으로 표현됐고 이는 자산 가격 폭락, 투자 둔화, 실업률 급등에 직접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제주체의 심리가 경기 변동에 따라 변화한다는 개념은 거시경제 이론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저금리 기조, 저성장이 세계적으로 중앙은행들의 화두인 만큼 저금리 기조에서 중앙은행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나왔습니다. 마르틴 우리베 컬럼비아대 교수는 “명목금리를 장기적으로 1%포인트 인상하는 항구적 금리 인상 충격은 인플레이션율을 단기(1년 이내)에 거의 1%포인트 상승시켰다”며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율이 명목금리보다 빠르게 장기 균형 수준으로 수렴하면서 실질금리가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은 상승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베 교수는 이어 “금리 하한에서도 인플레이션율이 목표 수준을 장기간 밑도는 상황이라면 명목금리를 장기 균형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상승시키는 정책이 실물 경기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달성할 수 있는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는 발표도 눈에 띄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강화는 한은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인데요. 마이클 맥마혼 옥스퍼드대 교수는 “중앙은행의 정량적인 경제 전망은 단기적으로 금리에 영향을 미치지만 미래 경제 상황에 대한 설명은 장기 금리를 변동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금리 하한의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도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으로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마이클 어만 유럽중앙은행(ECB) 팀장은 “통화정책 결정문이 직전 결정문과 유사할수록 금융시장 변동성이 줄어 들었다”며 “연달아 유사한 통화정책 결정문 발표 이후 상당한 수준의 어휘 변동이 있는 결정문이 발표되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현저히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개회사를 통해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겠다. 정책환경이 변화하고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이 달라지게 되면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정책 불확실성도 확대될 것이다. 그 경우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신뢰성이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적극적인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책 불확실성을 낮추고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은행도 온라인 언론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확산 등 정보 환경이 크게 변화한 점을 감안해 효과적인 소통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국내 상황은 각각 다르겠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민과 관심을 한 자리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 주제도 기대가 됩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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