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에서 공매도 주문에 대한 미결제 사고가 발생해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착수했다. 사실상 없는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쇼트셀링)가 이뤄졌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지적이다.
4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에서 발생한 공매도 미결제 사고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이날부로 검사에 착수했다.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은 미국 골드만삭스의 자회사인 런던 소재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로부터 주식 공매도 주문을 위탁받아 체결하는 과정에서 지난 1일 58억원 규모의 코스피 상장사 3개 종목·코스닥 상장사 17개 종목 등 총 20개 종목(138만7968주)의 결제를 이행하지 못했다.
이는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이 일부 주식에 대해 주식대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선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진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은 미결제 종목 20개 중 19개 종목을 지난 1일에야 매수했고, 나머지 1개 종목은 이날 차입해 결제를 완료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총 300여 개 종목에 대해 내린 공매도 주문 가운데 20개 종목의 주식대차가 확정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에 대해 (무차입 공매도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하고, 주식대차 및 공매도 주문의 적정성을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결제가 난 구체적인 종목에 대해서는 시장 혼란 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대차거래를 통해 기관 등으로부터 주식을 빌린 후 파는 '차입 공매도'만이 합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골드만삭스 관련 담당자가 보다 빠른 매매를 위해 대차 확인 과정을 생략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담당자가 매매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당일 대차 확인 과정을 생략했거나, 기관투자가 간 구두약속 등을 통해 대차한 것으로 보고 주식을 팔았으나 실제 대차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며 "1일에야 미결제종목 매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의 시스템과 검수 체계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는 금융위원회가 무차입 공매도 감시를 강화하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키우는 등의 내용을 담은 '주식 매매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은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벌어졌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한층 거세질 수 있어 우려된다"며 "사고가 무차입 공매도 사안으로 가려질 경우 단순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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