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최악인데… 郡의원 가슴엔 60만원짜리 '순금 배지'

입력 2018-06-05 18:27   수정 2018-06-06 15:05

흔들리는 풀뿌리 민주주의
(3) 도 넘은 지방의회 모럴해저드

순금 배지에 혈세 '줄줄'
재정자립도 10%인 함평
의원 7명 제작비 420만원
국회의원 배지값의 17배


외유성 출장에도 '펑펑'
의원들 임기 만료 직전 연수
일정 대부분 관광지 둘러봐



[ 박재원/배정철 기자 ] 전남 함평군의회는 올해 예산에 ‘제8대 의원 배지 제작비’로 420만원을 배정했다.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군의원 7명의 새 배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의원 한 명당 왼쪽 가슴에 60만원짜리 순금 배지를 다는 셈이다. 의정 활동을 뒤로한 외유성 해외 연수로 기초의원 한 명당 수백만원을 쓰는 곳도 적지 않다.


◆감시 사각지대에 놓인 기초의원

시민단체와 주민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기초단체 의원들의 ‘혈세 낭비’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제대로 된 지방분권이 이뤄지려면 이 같은 왜곡된 ‘풀뿌리 민주주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이 달고 있는 도금 배지 가격은 3만5000원이다. 군의원이 순금을 고집해 국회의원 배지보다 무려 17배 비싸다.

‘국민 상식에 맞는 가격으로 배지를 제작하라’는 정부 지침에도 귀를 닫은 곳은 함평군뿐만이 아니다.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청송군 의회가 1인당 45만6500원짜리 24K 배지를 만들면서 논란이 일자 서울시 등 17개 시·도에 공문을 보내 지방의회 의원들의 과도한 배지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화려한 순금 배지를 마련하면서 기초단체의 재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함평군의 올해 재정자립도는 10.16%에 불과하다. 지방세수가 적고 교부세 등 중앙정부 의존 비율이 높지만 기초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순금 배지를 선호하고 있다.

수십만원짜리 배지를 달았지만 의정 활동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의록을 살펴보면 이견 없는 만장일치 회의가 대부분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지역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를 뽑는 것이 아니라 중앙당 공천에 좌우되는 현 시스템에서 자질이 부족한 기초의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사라지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세금으로 해외에서 펑펑

서울 서대문구 의원들은 임기 만료 직전인 올 1월 스페인으로 마지막 해외 출장을 떠났다. 의원 12명과 의회 사무국 7명으로 구성된 19명의 연수단은 마드리드~세비야~바르셀로나를 총 6박8일간 둘러봤다. ‘선진 우수 사례 벤치마킹’이란 명분이었지만 실상은 ‘외유’에 가까웠다. 마드리드(1일차)에 도착해 바르셀로나(7일차) 일정까지 주요 성당과 유적지 등 관광지를 둘러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 출장에 4800만원의 세금이 쓰였다. 이들은 4년 임기 중 총 여덟 번 이 같은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의정 활동을 뒤로한 채 해외 출장에 열을 올리는 기초의원들 행태도 바뀌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법 33조에 따르면 지방의회의원들은 본회의 의결을 받거나, 의장의 명에 따라 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은 연수 전, 공무국외연수심사위원회에 계획서를 내 심사를 통과해야 하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사위원에 의원, 교수, 사회단체 등이 참여하지만 거수기 역할에 그치기 때문이다.

구청에 대한 감시는 더 허술하다. 서대문구청은 2014년부터 총 76차례 우수 직원을 대상으로 해외 연수를 보냈다. ‘국외공무여행보고서’에는 해외 관광지 사진 몇 장과 ‘선진 도시 방문을 통해 효과적인 자원 활용 방안 모색’이라고 적혀 있을 뿐이다. 내용은 인터넷 백과사전 내용을 그대로 베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시민단체나 언론이 전국 시·군·구 의원들을 모두 감시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지방분권에 앞서 기초의원들의 모럴해저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원/배정철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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