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음식료 '도미노 가격인상', 소줏값도 영향받나

입력 2018-06-06 07:10   수정 2018-06-06 16:47



'서민 먹거리' 물가가 줄줄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업계 분위기가 소줏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주의 원재료(주정) 가격이 인상될 수 있어서다.

6일 음식료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백산수의 가격이 이전보다 7.8% 오른 것을 시작으로 2월엔 코카콜라가 17개 음료수 가격을 평균 6.5% 인상했다. CJ제일제당도 햇반(9%)과 스팸(7.3%), 냉동만두(6.4%)의 값을 올렸다.

파리바게트와 맥도날드 역시 4%에서 최대 18%까지 판매 단가를 끌어올렸고 3월에는 GS25가 자체 PB(Private Brand) 상품 등 100여개 품목의 가격을 올렸다.

한국야쿠르트와 롯데제과,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등이 4~5월에 걸쳐 도미노 가격인상을 단행했고 지난주에는 동원F&B가 리챔(7.3%), 개성왕만두(7%)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음식료 업체들이 이렇게 경쟁하듯 가격인상에 나서자 소주의 원재료인 주정(95% 에틸알코올) 가격도 '가격인상 명분'을 충분히 갖췄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주정의 판매 단가(200리터당 36만1956원)는 2012년 이후 단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

소주는 주정에다 물과 각종 첨가물을 섞어 만드는데 해외에서 들여오는 정제주정은 국내에서 증류 과정을 한 번 더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향으로 정제주정보다 발효주정의 알코올 향이 더 강하다.

주정의 국산원료는 쌀보리, 겉보리, 절간고구마, 현미 등이고 수입원료는 타피오카가 대표적이다. 타피오카는 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전량 수입되고 있다. 이 타피오카의 가격이 급등 중이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음식료 담당 애널리스트(분석가)는 "2012년 이후 판가 인상이 전무했던 주정의 가격인상 명분이 충분해진 상황"이라며 "더욱이 국내 주정업체의 지난해 영업실적이 부진했던 데다 주요 원재료인 타피오카 가격까지 연초보다 26% 급등했다"라고 강조했다.

수입원료 가격이 올라도 6년째 주정가격에 전가되지 못하면서 주정업체들의 실적도 나빠지고 있다. 대표기업 진로발효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의 214억원에서 199억원으로, 180억원에서 15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매출원가 상승과 더불어 제조비용의 부담(2012년 대비 2017년 판매관리비 43% 상승)이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주정 가격이 오르면 소줏값도 뒤따라 올랐다. 주정의 판매 단가는 지난 10여년간 2006년과 2007년, 2008년과 2012년에 걸처 4차례 인상됐다.

같은 기간 동안 시장점유율 1위인 참이슬의 출고가격도 4차례 올랐다. 2007년(4.9% 인상), 2008년(5.9%), 2012년(8.19%) 2015년(5.62%) 등이다. 2015년에만 제외하면 주정가격 인상과 함께 출고가격도 올랐다.

소줏값의 인상 요인은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국제유가 영향), 판매관리비(포장재료 등), 주세율 등이 좌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필수 원재료의 가격인상은 소주 출고가의 주요한 조정 요인인 것은 맞다"면서 "주정가격이 오른다면 소줏값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소주가 대표적인 서민식품에 속하는 만큼 경기 상황과 정부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가격 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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