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를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회로 활용해왔다. 30년 전부터 공식 후원사로 활동해온 올림픽과 달리 월드컵 행사 때는 가격 할인 등 마케팅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도 6월 러시아월드컵과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행사가 예고돼 있어 TV,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6월 한 달간 삼성디지털프라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55인치 이상 초고화질(UHD) TV를 구입하는 고객에게 최대 100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제품을 구입할 경우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 멤버십 포인트 등이 혜택에 포함돼 있다. 이와 별도로 삼성의 간판 TV 브랜드인 QLED TV Q6 65인치와 75인치 모델을 구매하는 고객에겐 무선 헤드폰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여기에 10만원을 추가하면 고급 사운드바도 구입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55인치 QLED TV를 지난해보다 130만원 이상 할인한 349만원에 내놓는 등 TV 신제품을 출시하는 단계에서부터 판매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했다. 신제품 출시 후 각종 할인 마케팅이 이어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월드컵 특수를 제대로 누리기 위한 판매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북미와 중남미, 유럽 등에서도 지역별 마케팅 행사를 열고 있다. 삼성전자 브라질법인이 지난 4월 내놓은 ‘가슴을 뛰게 하는 감성’이라는 홍보 동영상이 대표적이다. 이 동영상은 1960, 1970, 1980년대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지쿠, 히벨리누, 자이르지뉴 등 브라질 축구 영웅들이 직접 출연해 현역 시절 후일담을 TV 스크린 크기를 나타내는 숫자 65, 75, 82와 연계해 들려주는 내용을 담았다. 월드컵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삼성전자의 대형 TV로 제대로 시청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올 1분기 브라질 TV 시장에서 65인치 이상 삼성전자 TV의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5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 배가량 높아졌다. 65인치 이상 TV를 구매한 브라질 소비자 10명 중 6명꼴로 삼성 제품을 선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월드컵 기간에도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당시엔 2분기 삼성전자 TV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개최됐을 때도 2분기 판매량이 29% 늘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65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전 세계 TV 시장이 정체됐지만 65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2016년 808만 대였던 세계 65인치 이상 TV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43만 대로 1년간 41.5% 성장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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