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체력 바닥, 기업도 위축…'정밀검진' 절실
세계은행이 내년부터 글로벌 경기가 점차 둔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세계 경제가 올해 3.1% 성장세를 유지하겠지만 내년 3.0%, 2020년에는 2.9%로 낮아질 것이란 예측이다. 세계은행은 하방 위험요인으로 보호무역주의 강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이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취약성 증가, 정치적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꼽았다. 신흥국들에 금융시장 충격에 대비한 여력(buffer)을 확보할 것을 권고했다. 최근 터키, 브라질 등 신흥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와중에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반도체시장 성장률이 올해 12%에서 내년에는 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3년 만에 한 자릿수 증가세로 축소될 것이라는 예고다. 한국 기업들이 장악한 메모리반도체는 빅데이터 활용 확대 등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겠지만 대규모 증설 때문에 단가는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더 이상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전망들이 현실화한다면 수출의존도와 반도체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는 더욱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이다. 그간 내수 부진을 수출로 버텨왔지만, 13개 주력품목 수출이 반도체를 빼면 올 1~5월에 이미 뒷걸음질(-1.9%) 치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에는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경상수지도 지난 4월 흑자(17억7000만달러)가 6년 만의 최소치로 줄어들면서 ‘노란불’이 켜졌다. 자동차, 철강, 조선, 스마트폰, 배터리 등 전통산업과 첨단산업 구분 없이 부진하거나 중국의 약진에 밀려나는 판이다.
경제 전반에 기력을 잃어가는 징후가 뚜렷하다. 지난 2년간 글로벌 호황에도 국내 경기 회복은 더디기만 했는데, 세계 경제마저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한국 경제에는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 인상, 무역전쟁, 유가 고공행진 등 악재들이 쌓여간다. 이대로 가면 글로벌 경제 훈풍에 편승하지도 못한 채 주저앉아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경제 상황을 인체에 비유하면 고질적인 만성질환들이 겹쳐 체력이 한참 떨어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의 활력에는 관심이 없고, 소득주도 성장처럼 고(高)비용을 유발하는 오진(誤診)을 고집하고 있다. 경제 전반에 대한 정밀 종합검진과 제대로 된 처방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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