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길 닦고 트럼프가 기름칠… 美 기업 춤추게 한 'Made in USA'

입력 2018-06-06 17:48   수정 2018-09-04 00:00

결국, 제조업이 희망이다

美제조업 '잃어버린 30년'…어떻게 부활시켰나

제조업 부활 시동 건 오바마
2010년 '제조업 부흥' 시작
'리쇼어링' 정책·캠페인으로
기업 'U턴'…셰일혁명도 한몫

親기업 정책 앞세운 트럼프
사활 걸고 감세·규제 완화
기업투자 늘고 생산 '껑충'
高임금·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 김현석 기자 ]
“미국의 제조업 업황이 또 한 번 예상을 넘어섰다.” “제조업 수주잔액이 최근 14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1일 미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8.7로 전월의 57.3을 뚫고 올라서자 미국 언론들도 제조업의 고공행진에 놀랍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미국 제조업 PMI는 2012년 이후 업황이 ‘부정적’임을 뜻하는 50선 밑으로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 최근 2년 동안은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60선에 다가가고 있다.

1980년대 들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주식회사 일본’에 밀린 뒤 오랜 기간 침체를 이어가던 미국 제조업은 2010년 중반 이후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관련 투자가 늘면서 매달 몇만 개씩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으며, 제조업자들의 낙관적 미래 전망은 기록적 수준에 달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0년 시작한 제조업 부흥정책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감세와 규제 완화까지 더해지며 나타난 현상이다.

◆오바마가 시작한 “제조업 부흥”

미국은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 제조업 생산의 30% 이상을 차지하던 제조업 대국이었다. 하지만 일본과 독일 제조업의 공격에 밀려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산업 중심축을 바꾸면서 1990년대에는 비중이 10%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미국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가가치 비중도 1970년대 20% 중반에서 2009년에는 11.9%까지 내려갔다. 이로 인해 2000년 이후 미국 내 공장 6만 개가 문을 닫고 5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실업률이 올라가는 등 경제가 타격을 받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 정부는 제조업 약화, 금융업의 과도한 성장이 경제시스템을 위태롭게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2010년 오바마 행정부의 첨단 제조업 부흥정책은 이런 위기의식에서 나왔다. 2012년 ‘매뉴팩처링 USA’라고 불리는 민관 파트너십인 국가제조혁신 네트워크(NNMI)를 출범시켰다. 또 ‘제조업의 날’을 제정해 국민의 제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을 시도했다. 이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2012년 랄프로렌이 제작한 미국대표팀 유니폼이 중국산임이 밝혀지자 불매운동이 일어났으며,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75%가 “미국산 제품에 가격을 더 낼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을 통해 캐터필러는 일본에서, 포드는 멕시코에서 돌아왔으며, 애플은 맥 컴퓨터를 다시 미국에서 만들고 있다.


◆트럼프, 감세·규제 완화로 가속도

미국 제조업 부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가속도가 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 모두 55개 행정명령을 내놨다. ‘미국산 구매, 미국인 고용 촉진’(4월18일),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 신설’(4월29일) 등 4분의 1가량이 제조업 부흥과 관련된 것이다.

제조업체들이 트럼프 정부 들어 오바마 정부 때와 달라졌다고 느끼는 건 크게 세 가지다. 그동안 미국 제조업체의 실질 법인세 부담은 37.65%로 매우 높았다. 금융사(34.1%)보다 더 많았다. 하지만 올 1월부터 법인세율이 35%에서 21%로 크게 낮아졌다. 감세 덕분에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UBS에 따르면 1분기 미국 기업들은 공장설비 등 자본투자를 39%나 늘렸다.

규제 완화가 두 번째다. 백악관은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500일간 신규 규제 1개당 과거 규제 22개를 폐기했다”고 밝혔다. 미국 제조업협회(NAM)는 트럼프 정부가 완료했거나 추진 중인 규제 완화로 41억달러 상당의 규제 비용 부담이 줄었으며, 기업들이 4470만 시간의 서류작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는 인프라 투자 확대다. 도로와 항만 투자를 늘리면서 미국 제조업체의 37%가 향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미국을 꼽았다. 2011년 조사에서는 19%에 불과했다.

지난해 미국 제조업의 부가가치 생산액은 2조3000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2009년 1조7000억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꾸준히 확대됐다. 미국 제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래를 낙관하는 제조업체는 93.5%에 달했다. 20년 만에 최고치다. 제이 티몬스 제조업협회 회장은 “감세와 규제 완화에 힘입어 제조업자들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며 “제조업이 새로운 일자리와 높은 임금, 보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