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美·中·日 제조업… 한국만 식어간다

입력 2018-06-06 17:55  

결국, 제조업이 희망이다

규제 풀고 세금 깎아 고용 확대
각국 제조업 업황 지속 팽창
한국은 위축…G20 중 19위



[ 고경봉 기자 ] 미국 일본 독일 중국 인도 등 세계 주요국이 규제 혁신과 투자 확대로 제조업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사이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다. 혁신성장 등 실체가 없는 구호에 밀려 전통 제조업은 찬밥 신세로 내몰리는 처지다. 그 결과 세계 제조업이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한국 제조업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제조업 업황을 판단하는 잣대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6일 글로벌 시장정보업체인 마킷과 닛케이가 지난달 PMI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48.9로 주요 20개국(G20) 중 19위를 나타냈다. PMI는 기업의 신규 주문, 생산 및 출하, 재고, 고용상태 등을 조사해 수치화한 것으로 지수가 50을 넘으면 제조업이 확장되고 있음을, 50 미만이면 수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G20 국가 중 PMI가 50을 밑돈 나라는 한국 외에 최근 외환위기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화폐가치가 폭락한 터키(46.4)가 유일하다. 한국 PMI는 2004년 65로 정점을 찍은 이후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2010년 이후에는 경기 회복기에도 55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 독일 중국 등 주요 제조업 강국의 PMI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거침없는 상승세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56을 넘어섰다. 일본 독일 중국도 2014년, 2015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 제조업의 퇴행은 최근 들어 뚜렷해졌지만 그 징후는 수년에 걸쳐 나타났다. 주요국이 제조업 부흥정책을 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을 확대했지만 한국은 오히려 후퇴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1.36%에서 2016년 29.33%로 2.03%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제조업 비중은 1%포인트 증가했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쟁국들이 법인세율 인하, 제조업 육성 등을 앞세워 고용을 늘리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제조업 혁명에 나서고 있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제조업 육성=대기업 지원’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제조업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지금 제조업의 위기를 일시적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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