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이웃 돕는 국민이 애국자"… 확 달라진 현충일 추념사

입력 2018-06-06 18:29  

한반도 평화체제 앞두고 '애국 범위' 확대

대전현충원서 현충일 추념식
'이웃' 9회, '가족''애국' 7회 언급
의인·순직공무원 이름 부르기도

천안함·연평해전 전사자 묘역 참배
"애국·보훈에 진보·보수 따로 없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비무장지대 유해발굴 우선 추진"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6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남을 위한 희생’을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파독 광부와 간호사 등 산업화에 기여한 이들을 애국자로 평가한 데 이어 이웃을 돕다 목숨을 잃은 의인(義人)들을 애국자 범주에 포함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문 대통령이 국가 수호를 넘어 애국의 새로운 의미를 제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애국’의 의미 확대

문 대통령은 이날 현충일 추념사에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서로 아끼는 마음을 일궈낸 대한민국의 모든 이웃과 가족에 대해 큰 긍지를 느낀다”며 “우리가 서로를 아끼고 지키고자 할 때 우리는 모두 의인이고 애국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역사는 우리의 이웃과 가족들이 평범한 하루를 살며 만들어온 역사”라며 “보훈은 이웃을 위한 희생이 가치있는 삶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06년 바다에서 아홉 살 어린이를 구하고 숨을 거둔 정비사 채종민 씨, 2009년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들을 돕다가 목숨을 잃은 황지영·금나래 씨 등 의인들을 호명했다. 이날 대전현충원에서 추념식이 열린 것 역시 의사상자, 소방 및 순직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이들의 묘역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국가유공자 중심에서 일반인까지”

문 대통령은 지난해 현충일 추념사에서 베트남 참전 용사, 파독 광부와 간호사 등을 거론하며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모두가 애국자”라고 했다. 보수의 상징으로 여기는 과거 산업화 시대 주역을 이례적으로 높이 평가하면서 취임 첫해 보수와 진보 간 통합을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에는 이웃을 돕는 평범한 국민을 애국자라고 칭했다. 남·북·미 간 종전 선언 등 한반도 평화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애국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싶어했다고 청와대 참모진은 설명했다. 원고지 20장이 넘는 분량의 추념사에선 ‘이웃’이란 단어가 9번 언급됐다. ‘가족·애국’은 7번씩, ‘평범’이라는 단어는 4번 등장했다. 6·25전쟁 참전용사 등 국가유공자에 대해서는 “독립유공자와 참전용사가 이곳에 계신다. 독도의용수비대,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전사자, 천안함의 호국영령을 모셨다”는 정도로 짧게 언급했다. 지난해 강조한 ‘친일 청산’ 의지는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무연고 유공자 묘지 참배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비무장지대의 유해 발굴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애국과 보훈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일 수 없다”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에 국민이 마음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에 앞서 유가족이 없는 무연고 국가유공자 김기억 중사의 묘지를 참배했다. 김 중사는 6·25전쟁 당시 양구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결코 그분들(무연고 국가유공자)을 외롭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 후 대전현충원에 조성된 서해 수호 전사자 묘역을 참배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곳에는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46명의 용사와 제2연평해전 전사자, 연평도 포격 도발 전사자 묘역이 조성돼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서해 수호 전사자의 묘역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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