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의 혁신 "반도체 두께 절반으로 줄였다"

입력 2018-06-06 18:57  

새 먹거리 '차세대 반도체 후공정 사업' 돌입

인쇄회로기판 필요 없어
스마트제품 획기적 소형화

이윤태 사장의 '선제 투자'
2015년부터 '패키징' 주력
사업부 적자 견디며 결실
"PCB 사업 한계 돌파구"



[ 고재연 기자 ] 삼성전기가 반도체 후공정 사업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달부터 충남 천안 공장에서 팬아웃(fan out) 방식의 PLP(패널 레벨 패키지) 기술을 적용한 제품 양산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와 함께 삼성전기의 미래 먹거리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인쇄회로기판(PCB) 사업의 대안을 찾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취임 이후 뚝심 있게 관련 투자를 밀어붙인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사진)의 근성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PLP, 어떤 기술이길래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지난 1일 천안 공장에서 팬아웃 PLP 공정을 적용한 제품 출하식을 열고 초도 물량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첫 제품은 모바일 기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기술 난도가 낮은 소형 전력관리칩(PMIC)이 첫 매출원이 될 것이라던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은 결과다. 점차 기술력을 높여 내년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스마트폰 AP, 28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미만 고성능 반도체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나갈 전망이다.

팬아웃 PLP는 반도체 칩에 보호하는 물질을 씌운 뒤 입출력 단자를 연결하는 후공정에서 최첨단 기술로 꼽힌다. 비슷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제조)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유일하다. 현재 대부분의 반도체는 PCB 위에 반도체를 올리고 하단의 입출력 단자를 구리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후공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팬아웃은 PCB를 없애고 반도체와 입출력단자를 바로 구리선으로 연결한다.

이렇게 하면 사라지는 PCB 두께만큼 반도체 완제품도 얇아진다. 삼성전기는 팬아웃 PLP를 통해 반도체 두께를 절반으로 줄였다. 입출력 단자와 반도체를 연결하는 구리선 거리도 짧아져 전력 소모가 줄고 동작 속도도 개선된다. PCB가 사라지면서 원가도 낮아진다. 고정된 PCB 판 위에 반도체를 올리는 것이 아닌 만큼 반도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할 수 있어 전자제품의 디자인도 바뀐다. TSMC의 팬아웃 후공정 기술을 적용해 아이폰의 두께를 크게 줄인 애플이 대표적이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와 함께 팬아웃 PLP를 적용한 후공정 작업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자동차 및 사물인터넷(IoT)용 반도체가 대상이다.


◆기판사업 반전 승부수

이 사장은 삼성전기 최고경영자(CEO)가 된 2015년부터 반도체 패키징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기술 개발에 나섰다. 한때 삼성전기의 핵심 사업이던 기판솔루션사업부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기판솔루션사업부는 2014년 적자전환해 2016년에는 영업손실이 1349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폭이 커졌다. 두께 등 기판 제조 기술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팬아웃 PLP 기술 개발에 성공하지 못하면 삼성전기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기판솔루션 사업을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느꼈다. 2016년 삼성전자에서 관련 연구 인력을 영입하고 2632억원을 들여 천안에 PLP 양산 라인을 구축했다. 난도가 높은 기술인 만큼 안팎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 사장은 “성공할 수 있다”며 개발 과정을 직접 챙겼다.

팬아웃 PLP가 양산에 들어가며 관련 매출은 3분기부터 삼성전기 실적에 잡히게 된다. 부가가치가 높은 스마트폰 AP로 적용이 확대되면 삼성전기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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