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발표하는 모든 주택 정책
감정원 조사·통계 바탕으로 도출
거래 현황·상업용 부동산 임대 등
통계정보사이트 '감정원 앱'서 조회
올해부터 오피스텔 가격 통계도
빈집·노후주택 등 소규모 정비사업
주거안정·임대차 시장 선진화 뒷받침
[ 김형규 기자 ] 한국감정원은 정부와 국민이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눈’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모든 주택 관련 정책은 한국감정원에서 조사·작성한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등을 제시하는 다른 민간 조사업체도 많지만 국토부는 한국감정원 자료만 사용한다. 공신력을 확보한 유일한 통계기관이기 때문이다. 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조사도 감정원의 고유 업무다.
신뢰도 높은 통계 도출
국토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감정원이 만드는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발표하는 한국감정원의 주간 단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다른 조사업체와 달리 협력 중개업소가 입력해준 호가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감정원 통계는 기본적으로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실거래가가 없는 단지라면 인근 단지 시세, 그 전 거래가 등을 참고·연구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선에서 거래 가능한 시세를 도출한다. 시장 관계자들이 “감정원은 거래 없이 매겨지는, 단순 호가(呼價)를 배제하기 때문에 가장 믿을 만한 숫자를 뽑아낸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한국감정원은 아파트 가격지수 이 외에 거래 현황 통계,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전국 주택 가격 동향, 지가 변동률 조사 등을 통해 시장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한다. 국민 역시 한국감정원 통계정보 사이트 ‘한국감정원 부동산정보앱’에서 언제든 자료를 조회할 수 있다. 집을 사고팔거나, 임대차를 구할 때, 전문가들이 시장 상황을 분석할 때 모두 요긴하게 쓰인다. 올초부터는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오피스텔 관련 가격 통계를 공표하고 있다. 또 임대등록주택 등 민간임대차 시장과 관련된 정보도 구축 중이다.
한국감정원은 기존 통계를 보완하기 위해 빅데이터 구축 등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설립 목적인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질서 유지 이바지’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은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세상에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했다”며 “첫째는 거짓말, 둘째는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셋째는 통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통계는 발표 기관, 시기에 따라 수치가 다른 까닭에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 같은 부분을 보완해 정부,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통계의 정확성, 신뢰성을 제고하겠다”고 전했다.
공시가격 조사·산정 전문기관
한국감정원은 주택 가격의 공시를 총괄하는 전문 기관이다. 매년 1월1일 기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조사·산정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2016년 9월 개정된 부동산가격공시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단독주택 공시가격 업무도 맡고 있다. 김학규 원장이 취임한 이래 한국감정원은 유형별, 지역별, 가격별 공시가격 현실화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먼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균형성을 맞추고 대도시와 중소도시, 수도권과 지방 등 지역 간 공시가격 적정성 검증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공시가격이 낮게 발표돼 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다소 시차가 있더라도 급등 국면이 지나 시장이 안정기로 접어들 무렵에는 가격 상승분이 공시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고가 주택은 개별성이 강하고 거래가 적어 시세 형성이 일정하지 않다는 측면이 있다. 한국감정원은 유사단지 가격 수준을 면밀히 분석해 올해 30억원 초과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을 지난해보다 15% 올렸다.
도시재생사업 지원
한국감정원은 이 밖에도 시장관리 사업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3월20일 국토교통부 고시로 빈집·소규모주택 정비지원기구로 지정됐다. 지방자치단체의 빈집정보시스템 구축, 실태조사 대행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다. 부산시, 대구시 등을 대상으로 빈집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태조사 업무를 수행한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등 주거재생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달리 민간사업을 지원해 사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자율주택정비사업 통합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10필지 미만의 집주인이 뜻을 모아 노후주택을 허물고 새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상담, 사업성 분석, 입주지원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의 주거 안정과 임대차시장 선진화를 추진하는데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 정보 제공으로 시장관리 전문기관으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녹색 건축·에너지 등 부동산 성능 강화
지속가능한 건물, 녹색건축물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미래 부동산 시장에서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이를 위해 제도 운영, 인증 검토, 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녹색건축처는 건축사, 기술사, 석·박사 등 6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정부로부터 녹색건축 전문 공공기관으로 인정받았다. 국가 건물에너지 통합관리 시스템, 건축물 에너지성능정보 공개, 건설업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지능형 건축물 인증제 등 네 가지 제도를 위탁 운영 중이다.
또 건축물 에너지 절약 계획서 검토,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녹색건축 인증, 건축물 안전영향평가 등 8종의 인증·검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수많은 인증 검토 절차를 필요로 했지만 지금은 한국감정원에서 일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절차가 일원화됐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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