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첫 TV토론서
安 "나에게 표 모아달라"
[ 박동휘 기자 ] 서울시장 선거는 ‘6·13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린다. ‘잠룡’들이 대거 출전한 데다 결과에 따라 야권 대개편의 서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2위 싸움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3위’ 성적표를 받을 경우 정치 생명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날 밤까지도 양측 캠프는 상대를 향해 “양보하라”며 치킨게임을 벌였다. 김문수 캠프 관계자는 “소통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면서도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제대로 대변할 후보로의 단일화여야만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도 “단일화 이후의 경쟁력을 감안해야 한다”고 맞섰다. 다만 전날 김 후보 측을 향해 ‘단일화 모략’을 펴고 있다며 불쾌함을 드러냈을 때보다는 어조가 한층 누그러졌다.
정치권에서도 ‘김·안 단일화’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각 당의 내부에서조차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당만 해도 홍준표 대표는 “후보들끼리 연합하는 일은 막지 않겠지만 어차피 지방선거 후에 사라질 당(바른미래당)과의 합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안 후보의 구국적 결단을 앙망한다”고 양보를 요구했다.
한국당 지도부 일각에서 ‘빨간색 조끼를 입은 안철수’를 만들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확연하게 다른 기류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 의원들은 안철수를 데려와서라도 한국당이라는 간판이 궤멸되는 걸 막고 싶은 것”이라며 “하지만 홍 대표는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를 당내에 들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도 마찬가지다. 호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적폐세력 한국당과의 단일화 논의 자체가 말도 안 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안 후보는 김 후보와의 회동 사실이 알려지자 박주선 공동대표, 김동철 원내대표 등에게 전화해 “김 후보에게 깨끗이 사퇴하라고 요구했을 뿐 그 이상의 논의는 없었다”며 해명에 진땀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김·안 후보는 이날 공식선거운동 개시 후 처음으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TV 토론에서도 지지율 1위인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협공’을 펼쳤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 없는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안 후보는 “서울시민이 표를 던져서 박원순 시장의 시정을 끝내고 싶을 것”이라며 “확실히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모아달라”고 호소해 인위적인 단일화 협상은 더 이상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후보도 8일 남현동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하기로 하면서 더 이상의 단일화 논의는 불가능함을 재확인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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