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USA' 찾은 업계 관계자
"콜옵션 자유로운 미국에선
회계처리 판단 기업에 맡겨
순익 64% 높여도 분식판정 안해"
"中선 바이오기업 육성 위해
IPO 승인 빨리 내는데
韓선 삼바 견제 심한 것 같다"
스위스 론자 등 경쟁사
삼바 위기 틈타 인력 빼가기
[ 전예진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결정하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열린 7일. 미국 보스턴 컨벤션센터에 설치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전시관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회사 관계자와 투자자들로 북적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창사 이후 8년 연속 세계 최대 바이오 전시행사인 ‘바이오USA’에 참가해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이날 전시관을 찾은 한 외국인 투자자는 “자회사의 콜옵션 문제로 분식회계 의혹에 휘말린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이 회계 부정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 견제 정치적 이슈 아니냐”
세계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위반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선 대체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분 투자, 스핀오프(기업 분사), 인수합병(M&A) 등이 활발한 미국에서는 콜옵션 설정과 행사가 자유롭게 이뤄지고 이에 따른 회계 처리도 개별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점에서다. 금융감독원의 회계 위반 통보 이후 약 한 달 만에 분식회계 여부를 결론 내리는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보톡스로 유명한 글로벌 제약사 엘러간은 작년 1월 회계 처리 문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공문을 받고 약 1년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공방을 벌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엘러간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비일반회계기준(non-GAAP)으로 132억달러(약 14조원)의 순익을 거뒀다. 그러나 일반회계기준(GAAP)을 적용하면 63억달러(약 7조원)의 손실로 바뀐다. 제약·바이오산업 특성상 M&A, 산·학·연 공동연구 및 협력에 드는 비용 때문이다. 엘러간이 SEC의 지적을 받은 이후 S&P500 기업 중 72%가 GAAP를 따르지 않고 있으며 이들의 순익이 64%나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약 컨설팅회사 파마렉스의 이안 브래드너 책임자(시니어 디렉터)는 “미국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회계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지만 아직까지 분식회계로 이익을 부풀렸다는 판정을 받은 기업은 없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는 상황이 똑같지 않지만 회계 문제는 산업 특성을 반영하고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이슈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었다. 중국 바이오기업의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특혜 상장 의혹에 대해 “상하이증시에 상장한 우시앱텍이 기업공개(IPO) 승인을 50일 만에 받았을 때 중국에서는 바이오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해 상장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며 “한국에서는 삼성을 견제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경쟁사들 “지금이 기회”
경쟁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옆에 같은 크기의 전시관을 설치한 스위스 론자가 대표적이다. 바이오의약품위탁개발(CDO)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한 업계 1위인 론자는 삼성에 고객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객사 관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부터 CDO 사업을 본격화하자 세포주 개발과 관련한 특허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의 인력을 스카우트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양은영 삼성바이오로직스 CDO 사업팀장은 “론자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삼성의 행보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분식회계 논란이 회사의 생산 능력 및 기술력과는 관련이 없다며 파트너사들이 오히려 신뢰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번 분식회계 논란의 중심에 선 바이오젠은 회사 측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다음달 콜옵션 행사를 앞두고 있는 데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USA에서 바이오젠과 비즈니스 미팅을 한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회계 위반 논란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며 “바이오젠도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보스턴=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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