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몬산토의 최후

입력 2018-06-0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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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미국 종자(種子)기업 몬산토는 사카린 제조회사로 출발했다. 1901년 의약품 도매회사 직원 존 F 퀴니가 독일에서만 생산되던 사카린을 제조하기 위해 세운 회사다. 회사명 몬산토는 아내의 결혼 전 성(姓)을 따서 지었다.

사카린을 코카콜라에 납품하며 입지를 굳힌 몬산토는 카페인과 바닐린을 생산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1915년에는 매출액 100만달러를 넘어섰고, 1917년부터는 아스피린 제조에도 뛰어들었다. 1,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농업용 제품과 위생용품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농업 부문을 핵심사업으로 삼은 것은 1960년대부터다. 1980년대 식물 세포의 유전자 변형 연구를 본격화한 뒤로는 GMO(유전자변형식품)에 주력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의 97%가 몬산토 종자다. 그만큼 시장 지배력이 높다. 2008년 비즈니스위크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기업’에 들었고, 포브스의 ‘올해의 기업’, 포천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도 뽑혔다.

환경단체로부터는 ‘나쁜 기업’으로 찍혀 욕을 많이 먹었다. GMO는 과학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지구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아무리 발표해도 “돈 먹고 쓴 논문”이라는 논란에 묻히기 일쑤다.

이렇게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닌 ‘농업 왕국’이 창립 107년 만에 독일의 다국적 화학·제약기업인 바이엘에 팔리면서 간판을 내리게 됐다.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바이엘은 1954년 몬산토와 손잡고 미국 시장에 폴리우레탄을 판매한 적이 있다. 아스피린 생산 인연까지 있으니 전혀 낯선 관계는 아니다.

독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약 67조4000억원)으로 세계 최대 살충제·종자 통합기업이 탄생했다. 바이엘은 화학과 곡물 사업의 장점을 활용해 ‘디지털 농업’의 새 장을 열겠다고 한다. 얼마 전 다우케미칼과 듀폰이 다우듀폰으로 통합됐고, 켐차이나가 스위스 농업회사 신젠타를 인수한 것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합병 기업의 연매출은 200억유로(약 24조9262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다우듀폰의 ‘코베스타 농업과학’ 부문의 124억유로(약 15조4597억원), 신젠타의 110억유로(약 13조7143억원)보다 월등히 높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농업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시장 독점·GMO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교차하고 있다. 무한 경쟁 시대의 기업은 이처럼 안팎의 경영 환경까지 신경써야 한다. 자고 나면 판도가 바뀌는 게 비즈니스 전쟁이다. 100년 넘는 기업들의 인수합병 과정을 보면서 창업과 수성(守城)의 의미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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